허재헌 삼진메탈이엔지 대표(70 · 사진)는 올초 중소기업진흥공단 직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인도 바이어가 극박판 스트립 가공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찾고 있으니 한번 만나보라는 것.허 대표는 그러나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전에도 이런 전화를 여러 번 받았지만 한 번도 수출계약으로 성사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상은 빗나갔다. 중진공의 소개로 만난 인도 바이어는 1월 중순 공장을 방문해 정보기술(IT)기기의 소재로 사용되는 초정밀 극박판 스트립을 가공할 수 있는지 기술력을 꼼꼼히 살폈다. 이후 세 차례나 더 회사를 찾아 상담을 벌인 끝에 계약을 체결했다. 가공물량은 5t,3만5000달러 규모.이 제품은 바이어를 통해 인도에서 전기자재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는 한 기업에 공급됐다.

허 대표는 "금액으로는 작지만 소재를 제공받아 임가공 형태의 기술력을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초정밀 극박판 스트립 가공기술은 국내에서 우리 회사가 유일하게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직원 5명의 중소기업에서 이뤄낸 갚진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례는 중진공이 중소기업에 바이어를 찾아 연결해주는 해외바이어알선지원(BMS)사업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허 대표는 "바이어가 회사를 찾았을 때 중진공 직원이 공항에 나가 바이어를 데려오고 통역 · 가격협의 등 모든 업무를 처리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허 대표가 일본에서 극박판 스트립 가공기술을 배워와 2001년 환갑에 창업한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10년 만에 일본 기술을 따라잡고 가전 · IT기기 등 국내 주요 기업에 극박판 스트립을 가공해 주고 있다.

허 대표는 "올해는 3억5000만원의 임가공 매출을 올리고 내년에는 1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