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을 방문한 지그프리드 헤커 로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 따르면 북한은 새로운 핵시설 2곳을 건설 중이다. 헤커 소장은 "너무나 현대적이고 깨끗한 시설을 본 뒤 충격에 빠졌다"며 "미국의 대북정책이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봤다는 2000여개의 원심분리기는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들은 지난 24일 한반도 서해 연평도에서 도발을 일으켰다. 이 두 가지 사실로 미뤄보면 북한은 핵무기와 더불어 군사적 도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벗어나고자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태도에 너무 오랫동안 참아왔다.

이번 북한의 핵시설 공개는 그동안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북한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반면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 당국자들은 북한이 클린턴 정부 시절에 맺었던 비핵화 조약을 준수할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가졌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지적처럼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좀 더 철저한 점검이 필요했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2002년 북에서 고농축 우라늄(HEU)을 만드는 장비를 조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받고 나서도 북한에 중유 공급을 끊는 일밖에 하지 못했다. 그때 미국은 경제제재보다는 북한의 핵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조사를 했어야만 했다.

2007년 드디어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시험했고 이어 6자회담이 개최됐다.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해 제네바 합의를 준수하라고 압박을 했지만 이미 북한의 태도는 변했다. 자국의 핵시설이 핵무기를 만드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기존 입장 대신 미국이 적대적인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핵개발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후 북한은 핵실험을 지속해 농축 우라늄 제조시설을 마련했고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다.

미국은 이제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간주하고 대응해야 한다. 미국이 핵확산에 대해 우려한다면 북한이 갖고 있는 핵무기를 비롯해 각종 군비통제에 관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또 북한이 협상에 나서는 것과는 별도로 핵무기를 계속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북한은 핵을 쥐고 위협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분명하고 단호한 군축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에서 안보가 보장된다.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이 공개됐다는 사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위협이다. 연평도 포격사건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행정부는 연평도 포격은 북한이 택한 '가장 어리석은 카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그들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기다. 지금까지의 무능을 계속할 수는 없다.

마이클 그린 前미국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 정리=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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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마이클 J.그린 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우리는 왜 북한에게 늘 당하는가 (Why We are Always Fooled by North Korea?)'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