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얼마 전 북한의 연평도 폭격 소식이 전해지자 환율은 순식간에 3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이번 북한 뉴스는 우리 경제와 직접적인 영향이 있어 환율의 급등락은 수긍이 가는 현상이다.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작년 3월 동유럽 위기,올 5월 남유럽 재정 위기 당시 나타난 것처럼 원화는 다른 어떤 통화 보다도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던 전력이 있다.우리나라의 위기 대처 능력을 문제삼을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관점에서 원화의 고 변동성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높은 대외 의존도가 고 변동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외 의존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82.8%를 기록했다.61.7%인 독일,54.3%인 멕시코,45%인 중국이 그 뒤를 따른다.수치상으로도 우리나라의 대외 의존도는 단연 높다.결제 통화 구성에서도 ‘한국’의 특수성이 부각된다.

즉,독일의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지만 유로존 내 교역 비중이 높고 또한 유로화 결제 비중도 상당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환차손익은 우리 기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미국과의 경제 연관성이 높은 멕시코도 우리 나라와 같이 높은 환율 변동성을 보여주는 반면 중국은 정부의 철저한 관리 하에 결정되는 환율이 중국 기업에 든든한 보호막이 되고 있다.이웃 나라인 일본은 교역 비중이 20% 미만인 데다 엔화 결제 비중이 40%가 넘어 역사적 최저치 수준인 초엔고 현상이 일본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지는 않다.

수출입 업체 헤지의 비 대칭성도 높은 환율 변동성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해외시장에서 유수 기업들과 싸워야 하는 우리 수출 기업들은 수출시 계상되는 원가를 환 헤지를 통해 확보하지 못한다면 물건을 팔고 적자나는 꼴을 면치 못하기 십상이다.반면 우리나라 전체 수입의 60%를 차지하는 원자재의 경우 국내 소비자에게 가격 전가가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기에 굳이 환 헤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자본재 수입 역시 적극적인 환 헤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출이 호조일 때는 달러화 공급이 늘어나 환율 하락 압력이 강해진다.이는 수출 업체의 환헤지 욕구를 키워 환율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는 반면 수입 업체는 달러화 결제 시기를 늦춤에 따라 시장의 수급은 일방적인 달러화 공급 우위로 흐르게 된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되어 수출이 줄면서 경상 수지가 악화되는 경우 여기에 가장 민첩하게 반응하는 쪽은 외국인 투자가이다.수출이 좋을 때는 이들도 우리나라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달러화를 갖고 들어와 달러화 공급 부담을 가중시키는 반면 수출 모멘텀이 악화되면 선제적으로 국내 자산을 처분하고 달러를 되사게 된다.이는 수출 업체의 헤지 포지션의 손실을 증가시키고 수입 업체의 결제를 위한 달러화 매수를 부추기면서 일시에 외환 수급이 공급 부족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 이러한 상황이 극단적으로 전개되면서 환율은 폭등세를 경험한 바 있다.최근 정부가 규제의 칼자루를 단단히 움켜쥐게 된데는 금융위기 당시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나라의 높은 대외의존도,전무한 원화 결제 비중,비대칭적 헤지 구조,경상 수지를 추종하는 외국인의 자본투자 행태 등이 근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원화 결제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된다.그야말로 장기간에 걸쳐 추진해 가야 하는 과제이고,위안화 결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중국까지 부상하는 만큼 원화 결제 비중 확대는 요원한 일이다.수출입 업체의 비대칭적 헤지 역시 구조적인 문제로 해결이 쉽지 않다.외국인의 경상수지 추종 투자 행태도 우리나라의 높은 대외 의존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규제 이외의 해결책이 없는 것일까.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연금의 내년도 해외 주식투자에 대한 환헤지 비율을 보면 정부는 국가 전체적인 수급 관리 측면도 고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환헤지 비율을 궁극적으로 0%를 추구하면서 내년도는 올해의 50%에서 30%로 헤지 비율을 낮추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점차 해외(증권) 투자가 증가하고 있고,시간이 흐를 경우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와 맞먹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따라서 외국인 자금의 유입-유출에 국내 해외투자 자금의 유출-유입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인 여건을 만들어 놓게 되면 대외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

해외투자 초기였던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의 자금 유출에도 국내의 해외 투자금 회수는 거의 이뤄지지 못해 사태를 더욱 어렵게 했다.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해외 투자가 확대되고,안정화되면서 규제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즉 필요할 때 자금을 조달 또는 회수할 수 있는 수단(tool)이 구비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정미영 < 삼성선물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