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은 다르다. 무엇보다 파급력이 미치는 계층의 간극이 크다. 신문은 방송에 비해 제한적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문자를 통한 전달 매체라는 특성 때문에 30대 이상의 성인층이 주 타깃이다. 반면 방송은 전방위적이다. 글자를 모르는 아이부터 70세 이상 노인층까지 모두 방송의 영향력 아래 놓인다. 사회 이슈에 대한 여론 형성 기능은 신문이 앞설 수 있지만 생활 속에 스며드는 '공격력'은 방송이 한 수 위다.

그만큼 공적인 책임도 크다. 편향된 시각으로 콘텐츠가 만들어질 경우 성인은 물론 아이들까지 다친다. 방송이 신문에 비해 정부로부터 더 많은 규제를 받는 이유다. 이런 폐해를 차단하고, 방송사 조직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담보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지배구조'다. 소유와 경영이 실질적으로 분리된 조직이어야만 방송이 사적인 이익에 휘둘리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정치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대표적인 예다. 이탈리아 최대 방송사와 신문사를 소유한 베를루스코니는 언론에서 파생된 영향력을 발판으로 총리 자리에 올랐지만 재임기간 내내 각종 비리와 추문에 휩싸였다. 방송사를 개인이 지배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HUB 컨소시엄은 이런 우려에서 자유롭다. HUB 컨소시엄의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한국경제신문은 국내 메이저 언론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190여개 국내 기업들로 지분이 골고루 분산돼 있어 특정 개인의 손에 휘둘릴 여지가 없다. 방송의 사유화 · 권력화를 막는 보호장치가 DNA에 각인된 컨소시엄인 셈이다. 학계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는 "한국경제신문은 개인 대주주가 없는 상황이라서 좀 더 자유롭게 신문을 만들 수 있는 독립성이 강한 조직"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종합편성채널에도) 이어져 자본에 예속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양하고 공정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송사의 공정성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지배구조의 중요성은 부각된다.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녹아 있는 부적절한 시각이 오히려 더 큰 독소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나도 모르게 편향된 시각에 지배된다. 부지불식간에 스며든 잘못된 생각은 바이러스처럼 확산 속도도 빠르다. 국민들의 머리에 한번 잘못 입력된 정보는 국가 정책을 수행하는 데도 큰 걸림돌이다. 국방에 대한,외교에 대한,경제에 대한 왜곡된 시각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로 방송이 꼽히는 이유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