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상하이 중심부 난징시루에 있는 상하이래디슨호텔 2층 그랜드볼룸.상하이에서도 상류층에 속하는 학부모 200여명이 몰려들었다. 내년 9월 제주도에서 문을 여는 영국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LCS) 한국 분교(NLCS-제주)의 입학 설명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당초 준비한 좌석(100석)의 두 배가 넘는 사람이 몰리면서 주최 측은 추가 좌석을 마련하느라 분주했고 행사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이 꽉 찼다.

학부모들은 2시간가량 진행된 주최 측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받아 적었다. 8살짜리 아들을 둔 청쑤란씨(38)는 "영국 본교에서 직접 커리큘럼 및 교사를 관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상하이가 제주도와 가깝고 무비자로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

중국인 학부모들은 NLCS-제주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연간 학비가 4000만원을 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 온 사람들은 한 달 평균 소득 1억원 이상의 부유층이 대부분이었다. 올해 6살된 딸의 진학을 고민 중인 후룽리씨(36)는 "부모가 원할 때 언제든지 방문해 자녀를 만날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다"며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받을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상하이 국제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가오윈씨(40)는 "중국 학교를 그만두고 전학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왔다"며 "중국의 국제학교는 대부분 현지 교사들이 가르치며 중국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3살된 아들을 둔 왕리란씨(45)도 "자연적인 조건 등을 고려할 때 제주영어교육도시의 교육 환경이 쾌적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학부모들은 높은 명문대 진학률에도 관심을 보였다. 리위환씨(38)는 "졸업생 대다수가 영국과 미국의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예정된 시간을 1시간가량 넘기면서까지 궁금한 점들을 꼼꼼히 캐물었다.

◆영국 명문 NLCS의 첫 분교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제주영어교육도시 안에 연면적 9만6609㎡ 규모로 들어서는 NLCS-제주는 160년 역사를 가진 영국 명문 사립고 NLCS의 첫 해외 분교다. 매년 졸업생의 40%가량이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명문대에 진학한다.

NLCS-제주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전 교육과정을 영국 본교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제주의 자연 환경을 적극 활용해 테니스,골프,스쿠버다이빙,승마 등 다양한 특별활동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제주 경제 효자 노릇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NLCS-제주를 비롯해 2015년까지 공립 1개,사립 11개 등 모두 12개 국제학교와 영어교육센터 등이 들어선다. 내년 9월에는 미국 정규 교육과정을 적용한 공립 한국국제학교가 문을 연다. 학생과 학부모 등 2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 5900채와 상업시설 및 문화 · 예술공간도 들어선다.

제주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영어교육도시 측은 학교 및 영어교육센터 운영,민간 분양 등으로 2038년까지 1조4316억원의 경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학생들의 해외유학 대체효과까지 고려하면 4조2411억원의 서비스 수지 개선 및 2만339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상하이=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