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비즈니스맨들이 배워야 할 마지막 '과목'이다. 개인이 아니라 무리를 거느리는 지도자로서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조직을 이끌것이냐를 다루는 경영의 정수다.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1909~2005)는 사실은 리더십에 관해서는 말을 아낀 사람이었다. 리더십 관련 책을 쓴적도 없다. 이중적인 태도도 보였다. 1954년께에는 "리더십은 가르치거나 학습될 수 없다"고 했지만 말년에 가까운 1996년에는 "리더십은 학습돼야 하고 학습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런 드러커였지만 리더를 가장 잘 길러낼 수 있는 조직으로서 군대에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군대에 대한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로선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드러커는 진심으로 군대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군대는 지도자를 내부에서 길러내기 때문에 리더 개발에 관한 한 최고의 조직"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는 2500여년 전에 페르시아에서 싸운 그리스 장군 크세노폰이 쓴 '카이로파이다이아'를 기업 경영자들이 읽을 만한 최고의 고전으로 꼽고 "리더십에 관한 최초의 체계적인 저서이자 이 주제와 관련된 최고의 책"이라고 강조했다

드러커는 전쟁은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결국 인간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크세노폰의 말을 자주 인용했다. "기병 만 명은 그저 인간 만 명에 불과하다. 이제까지 전장에서 말에 물리거나 걷어차여 죽은 사람은 없다. 전장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행위는 인간에 의해 이루어진다. "

미국 공군 소장 출신으로 드러커에게 박사학위를 처음 받은 제자인 윌리엄 코헨이 쓴 《피터 드러커 리더스 윈도우》에 따르면 드러커는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군대 리더십의 우수성을 강조했는데 또 다른 제자 프랜시스 헤셀바인이 쓴 《군사 리더십 교범》에 이렇게 추천사를 달기도 했다. "군대가 교육하고 성장시킨 리더들이 여타의 모든 기관들이 배출한 리더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게다가 군대는 사고율도 더 낮다. "

드러커는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 승리를 일궈내는 전투 리더십을 기업 조직에 연결시킬 수 있어야 강한 회사가 될 수 있다며 △절대적으로 성실하라 △자신의 일에 정통하라 △기대를 선언하라 △비범한 열정을 보여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라 △자기 사람들을 챙겨라 △자아보다 의무를 앞세워라 △선두에 서라 등 전투리더십 8개 원칙을 꼽기도 했다.

군에 대한 신뢰는 드러커만의 독특한 시각이 아니라 사실은 서구사회의 전통이다. 군대 지휘관 경험은 로마 지도자그룹의 필수코스였고 군대계급이 사회적 계급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었다. 최근 조사(2010년 갤럽)를 봐도 이는 명백히 드러난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직업군을 뽑은 결과 1위가 바로 군대였다. 대통령은 7위,은행은 11위,대기업은 14위,그리고 조사대상 직업군 가운데 연방의회가 꼴찌였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결정을 미루는 것이 가장 잘못된 결정'이라는 '웨스트포인트 원칙'이 자주 인용될 정도로 군대는 서구사회에서는 믿음직한 존재의 상징이다.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도발 사태로 우리 군은 안팎에서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총체적으로 '무능한' 집단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보통 남자라면 한번은 몸담았던 조직이라 만감이 교차한다. 과연 군대만의 문제였는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군인들도 이 리더십 위기를 재도약의 전기로 삼기 바란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