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일선 학교의 내년도 교과서 채택 심사가 마무리되면서 업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직접 펴내는 국정교과서가 교육업체들이 만드는 검정(檢定)교과서로 상당 부분 전환되면서 교과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후발업체인 비상교육은 2년 새 13배나 성장,선발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 전국 중 · 고교에 335만부를 공급하는 성과를 올려 교과서 '빅5'에 이름을 올렸다. 처음 시장에 진입한 지난해 25만부,올해 116만부에 이어 3배 가까이 공급량을 늘렸다. 중등 수학 · 과학,고등 국어(상) 등에서는 20%대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해 전통적인 교과서 강자로 꼽혀온 천재교육과 두산동아를 밀어내기도 했다.

국정교과서를 많이 만들었던 미래엔(옛 대한교과서)도 중 · 고교 검정교과서 보급 실적이 올해 190만부에서 내년 348만부로 크게 늘었다. 중소업체 가운데는 강점을 지닌 한 분야에 집중한 회사들이 선전했다. 인문출판사 창비는 국어와 문학,영어교육업체 능률교육은 영어 교과서만 만들어 10~20% 안팎의 점유율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서 시장에는 65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천재교육이 1000만부 정도를 판매하고 2위 두산동아가 400여만부,3~5위권인 미래엔 · 비상교육 · 지학사가 330만~350만부의 실적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교과서는 전국 60만 학생이라는 안정적인 수요층이 있긴 하지만 단가가 낮아 크게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정부의 검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투자비를 회수할 길이 없어 리스크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교육업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참고서 판매와도 연결돼 있어 회사마다 공을 쏟고 있다.

출판사들은 교육과정 개편에 맞춰 통상 1년~1년반 전부터 기획 · 제작에 들어간다. 2년 가까이 제작비 5억~10억원을 들이는 '대작'도 있다. 대형 출판사의 검정 통과율은 60% 정도.검정을 통과해도 학교에서 채택돼야 매출이 나기 때문에 경쟁에 또 경쟁이 계속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