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을 가졌으나 자동차 분야의 최대 쟁점인 관세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시 쉐라톤호텔에서 2차 첫날 협상을 끝낸 뒤 "양측에서 새로 제기한 내용이 없었다"며 "쇠고기 문제도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것은 새로 제기한 내용이 없었다는 발언이다. 지난달 서울 추가협상이 불발된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 차원에서 한국 차 수입관세 철폐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한 반면 한국은 이를 거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관세 시한 조정은 한국 측이 반대하는 협정문 수정과 직결된다. 더욱이 철폐 기한을 늦추면 FTA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기존 FTA 협정문은 미국이 3000㏄ 미만 한국 차에 협정 발효 뒤 즉시,3000㏄ 이상에 대해선 협정 발효 3년 뒤 2.5%의 관세를 철폐하도록 했다. 픽업트럭은 미국이 25%인 관세를 협정 발효 뒤 10년간 단계적으로 없애야 한다.

한국 측은 이런 관세 철폐 기한의 연장을 재차 거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수용했다면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 측에 농산물이나 의약품 시장 등을 더 열어달라고 반대급부를 새로 제시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 본부장도 이날 오전 협상을 시작하기 직전 "지난 서울협상에서 관세 문제를 합의하지 못해 어려웠다"며 "미국 측이 이번에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측은 다만 자동차 분야에서 세이프 가드 조항을 신설하자는 미국 측 요구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본부장은 "세이프 가드는 나라마다 다 있어 그 자체가 죄악시되거나 기이한 괴물이 아니다"며 "발동요건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세이프 가드는 특정 상품의 수입이 급증할 때 자국산업 보호 차원에서 관세를 일시적으로 높이는 조치다. 한국의 자동차 연비규제와 안전기준을 완화하는 쟁점은 구체적인 수치 절충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협상시한인 1일까지 최종 타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쟁점들이 일괄 해소되지 않으면 다시 협상을 벌여야 한다. 김 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이날 오후 협상을 마치고 오전보다 밝은 표정을 보였다. 김 본부장은 "이번에 결론을 내자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커크 대표 역시 "잘 돼가고 있다"며 "이번에는 끝내야(타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 내 한 · 미FTA 반대파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설득하면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