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불신 자초하는 軍 지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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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왜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것인가. "(jbunny) "군인들은 믿지만 군 지휘부는 믿을 수 없다. " (champ80)
최근 군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과 사고를 두고 포털에 올라온 네티즌의 댓글들이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군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불신을 자초한 건 바로 군이다.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연평도 사격훈련이 갑자기 연기된 것이 대표적이다. 연평부대는 29일 오후 5시와 7시 두 차례에 걸쳐 "30일 오전 10시부터 사격훈련이 실시되니 모든 민간인은 9시30분까지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두 시간도 채 안된 오후 8시45분께 갑자기 "사격훈련 안내는 잘못된 방송"이라고 번복했다. 합동참모본부는 "현지 부대에서 상황을 잘못 이해했다"고 말했다. 준(準)전시상태에서 정확한 시간까지 밝히며 공지한 일정을 취소하면서 내세운 이유로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국방부는 1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대북 심리전을 전개할지 안 할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곧바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던 군이 며칠 새 말을 바꾼 것이다. 군 관계자는 "(종전에) 심리전을 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이미 심리전이었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놨다.
앞서 지난달 28일 경기도 한 부대에서는 훈련 중 포탄 한 발이 비무장지대(DMZ)에 잘못 발사돼 군 당국이 1시간40분 만에 부랴부랴 '오발사고'라는 내용의 전통문을 북측에 보냈다. 이쯤 되면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고 할 만하다. 군 당국이 국회에 요청한 긴급 전력증강 항목에는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이스라엘의 딜라일라 지대지 미사일(사거리 250㎞) 예산도 포함됐다.
최근 김관진 국방장관 후보자는 "군이 행정조직처럼 변했다"고 한탄했다. 서릿발 같은 기강은 없고 행정문서 챙기기에 급급한 일부 '책상물림'공무원과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국민담화문에서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겠다"고 비장한 의지를 밝혔다. 첨단무기의 도입도 중요하지만,지금 우리 군에 시급한 건 천근 바위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요불굴(不撓不屈)'의 정신이 아닐까 싶다.
이준혁 정치부 기자 rainbow@hankyung.com
최근 군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과 사고를 두고 포털에 올라온 네티즌의 댓글들이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군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불신을 자초한 건 바로 군이다.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연평도 사격훈련이 갑자기 연기된 것이 대표적이다. 연평부대는 29일 오후 5시와 7시 두 차례에 걸쳐 "30일 오전 10시부터 사격훈련이 실시되니 모든 민간인은 9시30분까지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두 시간도 채 안된 오후 8시45분께 갑자기 "사격훈련 안내는 잘못된 방송"이라고 번복했다. 합동참모본부는 "현지 부대에서 상황을 잘못 이해했다"고 말했다. 준(準)전시상태에서 정확한 시간까지 밝히며 공지한 일정을 취소하면서 내세운 이유로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국방부는 1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대북 심리전을 전개할지 안 할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곧바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던 군이 며칠 새 말을 바꾼 것이다. 군 관계자는 "(종전에) 심리전을 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이미 심리전이었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놨다.
앞서 지난달 28일 경기도 한 부대에서는 훈련 중 포탄 한 발이 비무장지대(DMZ)에 잘못 발사돼 군 당국이 1시간40분 만에 부랴부랴 '오발사고'라는 내용의 전통문을 북측에 보냈다. 이쯤 되면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고 할 만하다. 군 당국이 국회에 요청한 긴급 전력증강 항목에는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이스라엘의 딜라일라 지대지 미사일(사거리 250㎞) 예산도 포함됐다.
최근 김관진 국방장관 후보자는 "군이 행정조직처럼 변했다"고 한탄했다. 서릿발 같은 기강은 없고 행정문서 챙기기에 급급한 일부 '책상물림'공무원과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국민담화문에서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겠다"고 비장한 의지를 밝혔다. 첨단무기의 도입도 중요하지만,지금 우리 군에 시급한 건 천근 바위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요불굴(不撓不屈)'의 정신이 아닐까 싶다.
이준혁 정치부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