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초동 사옥을 첫 방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평소 기자들의 질문공쇄에 단답형으로 일관하는 이 회장이지만 짧은 말 한마디 속에 굵직한 경영 화두를 담고 있는데다 연말 삼성 사장단 인사가 예고돼 있는터라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 회장은 이날 서초 사옥을 방문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 오래 안나온 것 같다"면서 앞으로 종종 나오겠다"고 말했다. 2008년 4월 삼성특검 사태로 물러난 지 3년여 만에 경영 일선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 회장은 내년 삼성 경영의 키워드와 관련해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해"라며 "과거와는 달리 21세기 10년은 보다 빨리 올 것이다. 나도 임직원도 더욱 정신을 차리고 긴장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이 삼성 경영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냄과 동시에 아들 이재용 부사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 부사장은 올 연말 인사에서 사장 승진이 확실시 되고 있어 삼성의 3세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9일 '젊은 조직론'을 강조하며 자신을 보좌하고 이 부사장 시대로의 변화를 견인할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을 부활시키기도 했다. 특검 이후 해체됐던 전략기획실이 사실상 재건된 모양새인 이 조직은 김순택 부회장이 책임자로 임명됐다.

한편 이 회장은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의 승진에 대해서는 "각 사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이 회장은 이날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참석 차 부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서초 사옥을 찾았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방문한 적은 있지만 2008년 준공 이후 서초 사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