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지난해 부담한 준조세가 32조264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법인세액 34조8545억원의 92.56%에 이르는 규모다. 여기에다 자발적 · 비자발적으로 납부했다는 기부금 3조4007억원까지 합치면 법정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기업들이 부담했다.

손원익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우리나라 준조세 실태 및 정책 방향' 정책토론회에서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납부한 준조세는 32조264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이 지난해 부담한 준조세는 4대 보험(국민연금 · 건강 · 고용 · 산재)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의 사업자 부담분 20조7167억원,부담금관리기본법에서 규정한 각종 부담금 11조5477억원 등이다.

기업들이 지난해 낸 기부금(3조4007억원)의 일부는 '비자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세연구원이 매출 300억원 이상 대한상의 회원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완전 강제적' 또는 '다소 강제적'으로 기부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낸 기부금은 943억원이었다. 또 강제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자발적인 것도 아니라는 의미의 '중립적'이라는 응답까지 합치면 비자발적으로 납부한 기부금은 3573억원으로 늘어난다. '환경 생태계 보전'과 '지역사회 발전' 기부금의 경우 비자발적 성격이라는 답변 비율이 각각 44.4%와 33.5%에 달했다.

기업들이 납부한 법인세 대비 준조세(비자발적 기부금 포함) 비중은 2003년 76.33%에서 2007년 93.64%로 치솟았고,2008년 81.63%로 잠시 떨어졌다가 지난해 93.59%로 다시 높아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준조세 비중은 2003년 2.22%에서 지난해 3.04%로 높아졌다.

조세연구원은 비자발적 기부금을 개선하고 부담금 중에서 건강증진부담금과 환경개선부담금 등을 조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 선임연구위원은 "준조세를 줄이면 기업 경쟁력 향상 등 다양한 편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