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나도 1년간 못 팔아…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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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주 애물단지 전락
상장 후 공모가 미달 속출
의무 배정…손실 안전장치 없어
"유럽처럼 원금보장형 도입을"
상장 후 공모가 미달 속출
의무 배정…손실 안전장치 없어
"유럽처럼 원금보장형 도입을"
금호산업에선 우리사주가 '금기어'로 통한다. 이 회사 직원들은 2008년 초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당 3만2200원(총 429억원)에 우리사주를 받았다. 그러나 주가는 그룹 유동성 위기와 맞물려 90% 이상 폭락한 상태다. 엄청난 손실에 대출금 담보 보강까지 요구받자 직원들 대부분이 손절매한 상태다.
우리사주 손실로 고민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현행 우리사주 제도가 직원들에게 대박 환상만 키울 뿐 손실에 대해선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사주 역차별 논란
국내 우리사주 제도는 1968년 자본시장육성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당시 기업들의 IPO나 유상증자 신주 발행 때 우리사주조합에 의무 배정토록 하는 규정이 마련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에만 있는 규정으로,초기엔 신주 할인율이 높아 근로자 복지 수단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증시 부침이 이어지고 의무 배정 비율이 10%에서 현재 20%로 높아지면서 우리사주가 복지 수단이 아닌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사주는 직원들에게 의무 배정하면서 상장 후 1년간 매도를 금지했다. 과거에는 퇴직할 때까지 팔 수 없었지만 재산권 침해 논란이 빚어져 예탁 기간이 7년으로 줄었고,1999년 1년으로 단축됐다. 우리사주 수익률은 상장(또는 증자) 1년뒤 주가로 결정되는 셈이다.
문제는 IPO 당시 기업 실적이 정점인 경우가 많아 상장 1년 후 주가는 공모가에 비해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작년 하반기 IPO 이후 1년이 지난 25개사 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이 18개사에 달했다. 2008년 44개 IPO 기업 중 27곳은 2년이 지나도록 주가가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반투자자들은 상장 직후에 공모주를 처분해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지만 직원들은 1년간 묶여 오히려 손실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 코스닥기업 우리사주조합장은 "IPO 당시 의무 배정 주식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안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받는 것도 아닌데 보호예수가 모호하게 걸려 역차별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원금보장형 우리사주 도입해야
우리사주 제도는 2001년 제정된 근로자복지기본법으로 이관되면서 회사가 출연할 수 있도록 틀을 갖췄다. 2005년에는 스톡옵션형 우리사주제와 차입형 우리사주제 등이 도입되면서 직장인들의 장기 보유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곳은 거의 없고 대부분 의무 배정 규정만 지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범철 경기대 교수(경제학)는 "회사가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에 일부 우량 기업을 제외하곤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우리사주가 연금제도와 연계돼 정년퇴직까지 팔지 못하는 대신 다양한 혜택을 부여,사회안전망 기능을 하고 있다. 비상장 법인 중 우리사주 지분율이 10% 미만인 회사가 20%밖에 안 될 정도다. 우리사주조합 결성 기업이 전체 주식회사의 0.74%인 2800개사(10월 말 기준)에 불과한 국내 현실과 대조적이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국내 우리사주는 투자의 기본원칙인 장기투자,분산투자,무차입투자와 모두 배치되는 고위험 상품"이라며 "우리사주에 올인하고 '대박'을 바라다가 '쪽박'을 차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원들이 우리사주로 손실을 본다면 실직 불안과 함께 이중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라며 "원금보장형 우리사주를 도입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을 벤치마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