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카자흐 아스타나 정상회의서
"시대에 뒤떨어진 기구로 현대화 불가피" 주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일 세계 최대의 안보분야 정부 간 협력기구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개혁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고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이날 개막한 OSCE 정상회의 연설에서 "OSCE의 기능이 현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회원국들이 이 기구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기반과 보편적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특히 "OSCE가 지역 분쟁 조정을 위한 일관된 원칙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2008년 8월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내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야의 독립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러시아와 조지아 간 전쟁을 예로 들었다.

메드베데프는 "지역 분쟁 조정은 철저하게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남오세티야에 대해 그루지야가 한 것처럼 무력을 이용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OSCE가 (서방이 주축이 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EU),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등과 러시아를 포함한 옛 소련권 국가들의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간의 협력 강화를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이 개별 기구들에 가입된 모든 국가들이 OSCE에도 동시에 속해 있어 OSCE는 아주 특별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OSCE가 새로운 유럽안보조약 체결과 재래식무기 통제 시스템 구축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1970년대 중반 창설된 OSCE는 현재 유럽, 북미, 아시아 등에서 56개 회원국과 12개 협력동반자국을 거느린 세계 최대 지역 안보 협력 기구다.

서방은 물론 옛 소련권 국가들이 함께 가입돼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인 OSCE는 그러나 이후 러시아와 서방측 회원국들의 갈등으로 최근들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999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뒤 11년 만에 개최된 이번 아스타나 정상회의에서는 아프가니스탄 갈등과 키르기스스탄 민족 분규, 마약밀거래, 국제 테러리즘 등의 문제가 폭넓게 논의된다.

회의는 1일 개막해 2일까지 계속된다.

협력동반자국으로 참석한 한국의 김성환 외교 장관은 2일 최근 북한의 도발행위로 야기된 한반도 상황을 설명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회원국들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