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삼성'을 향한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삼성은 3일 오전 2년4개월 만에 복원되는 그룹조직과 함께 사장단 절반가량을 바꾸는 '메가톤급' 인사를 발표한다. 삼성은 다음 주까지 임원인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내년도 사업계획 확정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해 사장단 인사의 면면을 보면 삼성이 앞으로 힘을 실을 사업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선 삼성전자에선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을 외쳐 온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59)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변화를 주도한다. 그는 그룹 컨트롤타워를 이끌 김순택 부회장을 도와 의료기기와 태양광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임무도 맡는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메모리사업을 담당해 온 조수인 사장(57)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사장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D는 삼성이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생산관리 전문가로 평가받는 강호문 SMD 사장은 삼성생명 사장으로 발탁된 박근희 사장 후임으로 중국삼성으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룹조직은 과거 전략기획실 인사들의 용퇴와 함께 새 인물들로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재직시절 브랜드 관리에 능력을 발휘한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57)이 '김순택호(號)'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업 담당 부사장의 승진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다. 외부 인사와 함께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와 삼성경제연구소 출신 인사들도 그룹조직에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되는 그룹조직은 과거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구성하되 미래 신사업 발굴 및 육성,계열사 중복 사업 조율 및 지원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삼성 사장단은 60여명 중 절반가량이 교체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0여명의 사장단이 바뀐 것과 비교하면 전폭적인 '물갈이' 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삼성 안팎의 시각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젊은 조직으로의 변화"를 강조하면서 60세 이상 사장단 10여명이 용퇴 의사를 밝혀 인사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가장 변화가 큰 곳은 금융과 화학 계열사다. 금융 분야의 경우 생명과 화재,카드,증권,자산운용 가운데 한두 곳을 빼고는 대부분 계열사 사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계열사들이 이른 시일 내에 제조업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 회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화학 부문 계열사 사장들도 상당수 교체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대대적 세대교체 인사가 대기업들의 연말 정기인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