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생물학(astrobiology) 발견'에 관해 공지했던 중대 발표는 비소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슈퍼 박테리아'의 발견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의 인터넷판인 사이언스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NASA 과학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모노호수에서 극한 환경에서 번식하는 슈퍼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이에 따라 NASA는 지구 밖 외계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사이언스 익스프레스는 전했다.

이번 NASA의 발견은 생명체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전면적으로 뒤엎는 동시에 극한의 상황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탄소(C),수소(H),질소(N),산소(O),인(P),황(S) 등 이른바 '생명체 필수 6대 원소'를 기반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번 슈퍼 박테리아 발견을 주도한 울프사이먼 박사는 모노호수의 침전물 속에서 찾아낸 박테리아(GFAJ-1)를 실험실로 갖고와 인 대신 비소를 넣은 배양액을 기반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질량분석 등의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확인한 결과 배양액에 포함돼 있는 비소가 이 박테리아의 단백질,지질,핵산 등에서 포착됐으며 DNA에서도 비소가 발견됐다. 이는 비소가 인을 완전히 대체해 이 박테리아의 생체분자에 완전히 통합됐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울프사이먼 박사는 원소주기율표에서 인 바로 밑에 위치해 화학적으로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는 비소가 인을 대체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작년 1월 국제 천문학 저널에 발표했다. 그는 그 이후 자신의 가설을 입증할 생명체의 존재를 추적해 왔다.

울프사이먼 박사는 "이번 발견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가 우리가 통상 추정해 왔거나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융통성을 가질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며 "이번 연구가 생물학 교과서에서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폴 데이비스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도 이 신종 박테리아가 "분명히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미생물학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제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인이 없는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확인됨에 따라 지구와 판이하게 다른 외계 행성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커져 향후 외계 생명체 탐색 활동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NASA는 3일 오전 4시(한국시간)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영국의 대중일간 더 선이 NASA의 보도유예(엠바고) 요청을 깨고 앞당겨 보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