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환자실 엄마의 휴대폰 통화목록엔 내 전화번호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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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 김용택 외 지음 | 더숲 | 255쪽 | 1만2000원
매일 오전 10시 어김없이 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엄마는 1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안동의 요양원에 있다. 잘 잤는지 아침식사는 했는지 묻는 엄마의 대사가 정해진 각본처럼 늘 똑같다. 반복되는 일상은 가끔씩 딸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중환자실로 옮겨진 엄마를 찾아간다. 딸의 전화번호로만 채워진 엄마의 휴대폰을 열어본 순간,딸은 밀려오는 반성과 후회에 고개를 떨군다. 쉰 살을 바라보는 무남독녀의 목소리에 하루를 기대어 사는 엄마의 전화가 없다면 오전 10시는 얼마나 외롭고 무서운 시간이 될 터인가. 시인 서석화씨의 수필 '어머니의 문안 전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반성》은 김용택,박완서,안도현,이순원,이재무 등 대표적인 국내 작가 20명이 쓴 수필 한 편씩을 묶은 책이다. '되돌아보고 나를 찾다'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신인 작가부터 중견 · 원로 작가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내놓은 수필들은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다.
재수생 아이의 수학능력시험을 며칠 앞두고 아버지는 아이의 어깨너머로 간섭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는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아이가 예상 밖의 결과를 받아들고 의기소침해져 며칠씩 방에 처박혀 있던 모습에 화를 낸 것이 딱 1년 전 일이다. 시인 이재무씨의 '집착과 울컥으로부터의 도피'에서는 동네 꼬마들에게 둥지 속 새끼를 빼앗긴 어미 때까치의 극악스러운 울음마저 느껴진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를 다룬 글들이 적지 않다. 어린 아들의 먼 등굣길에 앞장서 산길 이슬을 털어주던 어머니(이순원 '예술가 아들의 삶'),자기 억제와 겸손함으로 평생의 삶을 꾸려온 엄마(김이은 '사소한 계란말이의 기억')를 돌아본다.
이 밖에도 남은 음식을 못 버리는 습관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 속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 '좋은 일 하기의 어려움'(박완서), 하찮은 풀잎을 통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겸손함을 다룬 '이까짓 풀 정도야'(안도현) 등은 깊은 성찰을 통한 반성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어느 날 갑자기 중환자실로 옮겨진 엄마를 찾아간다. 딸의 전화번호로만 채워진 엄마의 휴대폰을 열어본 순간,딸은 밀려오는 반성과 후회에 고개를 떨군다. 쉰 살을 바라보는 무남독녀의 목소리에 하루를 기대어 사는 엄마의 전화가 없다면 오전 10시는 얼마나 외롭고 무서운 시간이 될 터인가. 시인 서석화씨의 수필 '어머니의 문안 전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반성》은 김용택,박완서,안도현,이순원,이재무 등 대표적인 국내 작가 20명이 쓴 수필 한 편씩을 묶은 책이다. '되돌아보고 나를 찾다'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신인 작가부터 중견 · 원로 작가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내놓은 수필들은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다.
재수생 아이의 수학능력시험을 며칠 앞두고 아버지는 아이의 어깨너머로 간섭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는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아이가 예상 밖의 결과를 받아들고 의기소침해져 며칠씩 방에 처박혀 있던 모습에 화를 낸 것이 딱 1년 전 일이다. 시인 이재무씨의 '집착과 울컥으로부터의 도피'에서는 동네 꼬마들에게 둥지 속 새끼를 빼앗긴 어미 때까치의 극악스러운 울음마저 느껴진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를 다룬 글들이 적지 않다. 어린 아들의 먼 등굣길에 앞장서 산길 이슬을 털어주던 어머니(이순원 '예술가 아들의 삶'),자기 억제와 겸손함으로 평생의 삶을 꾸려온 엄마(김이은 '사소한 계란말이의 기억')를 돌아본다.
이 밖에도 남은 음식을 못 버리는 습관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 속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 '좋은 일 하기의 어려움'(박완서), 하찮은 풀잎을 통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겸손함을 다룬 '이까짓 풀 정도야'(안도현) 등은 깊은 성찰을 통한 반성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