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결국 내년 예산안을 법정시한인 어제 처리하지 못했다. 시한내 처리를 기대한 국민들도 솔직히 없었지만 그렇다고 2003년 이후 8년 연속 '위법'을 저지른 국회가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국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시한내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라도 보인 의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여야가 4대강 예산을 놓고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어 정기국회 폐회(9일)전에 처리하는 것마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물가안정 속에 경기회복 흐름이 장기화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예산안의 회기내 처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야당이 이를 귀담아 들었는지 의심스럽다.

야당은 정부 예산에 포함되지 않은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비 3조8000억원을 심의해야 하고,전체 4대강 예산에서 6조7000억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수공 사업비에 대한 이자 2555억원이 정부 예산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 산하기관의 예산을 국회에서 심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데다 야당이 이미 공사가 상당히 진행된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정치적 볼모로 이용하는 측면이 강한 만큼 이를 이유로 전체 예산안 심의를 소홀히 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뒤늦게 어제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소위가 가동됐다. 당초 여야가 합의한 일정대로 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밤을 새워서라도 심의를 마쳐야 한다. 309조6000억원의 예산안을 꼼꼼히 심의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지만 이마저 지키지 못할 경우 여당의 강행 처리와 야당의 물리적 저지로 국회가 난장판이 될 소지가 없지 않다.

정부는 예산안 처리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여야의 입장 차이가 크지 않으면 예산 집행을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4대강 때문에 전체 예산의 골격이 달라진다면 조기 집행을 위한 사전 준비가 불가능하고 사업 차질로 예산 집행의 효율성도 떨어지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된다. 여야는 정치적 이해타산을 버리고 예산안부터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