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베벌리힐스로 불리는 서울 평창동 일대에 적용돼 온 개발 규제가 30여년 만에 풀린다. 이에 따라 평창동 일대 나대지에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고급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아파트나 주상복합에서 단독주택으로 옮겨가는 추세여서 규제완화가 평창동 일대 부동산에 상당한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30여년 만에 개발허가 나나

2일 서울시와 종로구에 따르면 평창동 400~500 일대(87만6717㎡) 미개발 필지에 대해 개발을 허용하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및 사전환경성검토서'에 대한 주민공람이 최근 시작됐다.

공람안은 경사도가 심하고 임목도(林木度 · 나무가 많은 정도)에 따라 주택건립을 막은 298개 필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종로구 도시계획위원회 자문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2~3월에 고시될 예정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298개 필지 가운데 190개 필지가량이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부분 경관지구여서 건폐율 30%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창동 400~500 일대는 부촌의 대명사인 '평창동'으로 1971년부터 1974년까지 '주택지 조성사업지역'으로 조성된 택지다. 1968년 청와대 습격을 시도했던 '1 · 21 사태'때 무장공비들이 침투로로 활용한 것으로 파악된 이후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건설부는 이 지역에 대한 택지조성 사업을 마치고 땅을 일반에 분양했다.

이후 지금의 부촌이 형성됐지만 일부 필지는 경사도 등의 이유로 개발허가가 중단됐다 풀리는 일이 반복됐다. 2000년 7월부터는 서울시가 도시계획조례를 개정,지금까지 개발을 묶어 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가 분양한 땅인데도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며 "불합리 해소 차원에서 규제완화 방안을 수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축 수요로 땅값 오를 듯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단독주택 건립이 허가되면 신축 수요가 몰리면서 땅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건축행위가 가능한 토지의 경우 입지에 따라 3.3㎡ 당 낮게는 800만원에서 비싸게는 1500만원을 호가한다. 성기천 태영부동산 사장은 "평창동 일대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3년 전에 비해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시세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미개발 필지 가격도 개발이 가능한 땅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급주택 전문 건축사무소인 버텍스디자인의 김택수 소장은 "최근 아파트나 주상복합에 싫증을 느낀 부유층이 구기동,평창동,성북동 등 강북의 전통 단독주택 밀집지역에 집을 새로 지으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경사지인 평창동 일대는 전망을 살린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어 규제완화 이후 새집이 많이 들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고지대인 산복도로 위쪽 85개 필지는 북한산국립공원 인접지역으로 서울시가 부지 50%를 기부채납토록 할 예정이어서 주민 반발이 심하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