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확산 공포가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스페인 정부가 대대적인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공개했다. 국영 복권회사 지분을 매각하고,주요 공항을 민영화하기로 하는 등 정부 자산을 대대적으로 내다 팔기로 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가 의회 연설에서 재정위기 전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국가부채 축소 대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은 당장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복권회사(LAE)의 지분 30%를 매각하기로 했다. LAE는 지난해 30억유로의 순익을 낼 정도로 수익성이 좋은 '알짜' 정부 자산이다. 스페인 정부는 국가의 대표 관문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공항도 민영화하기로 했다. 이들 공항을 산하에 두고 있는 국영 스페인공항기관(Aena) 지분 49%를 민간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사파테로 총리는 또 내년 2월부터 다른 수당을 수령하지 못하는 실업자에게 매달 426유로(63만원)씩 지급해온 실업수당도 폐지키로 했다. 대신 경제활성화를 위해 내년 2월부터 중소기업들에 세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재정건전화 발표와 별도로 사파테로 총리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의 금융시스템은) 절대적으로 건전하며 스페인 국채 투자자들이 헤어컷(채무조정에 따른 자산가치 탕감)으로 손실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페인의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대출 부실이 증가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데 대해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스페인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은행들은 강화된 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자본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1.1%였던 재정적자를 올해 9.3%로 줄인 뒤 2011년에는 6% 수준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알프레도 페레스 루발카바 스페인 부총리는 "정부기관의 민영화가 국가부채를 줄이고 예산 운용에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스페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지는 등 아일랜드에 이어 스페인도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는 가운데 스페인이 이 같은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부채 축소 대책을 전격적으로 내놨다"고 평가했다.

한편 스페인과 나란히 재정위기 전염 우려가 높은 국가로 꼽히는 포르투갈은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라"는 유럽연합(EU)의 권고를 거부했다.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는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것보다는 실직자들이 일자리를 찾는 게 쉬운 일"이라며 "기존 규정과 법령으로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포르투갈 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찾지 못하면서 구제금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