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시장이 '패션 강자'들의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2006년 1조원 규모였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불과 5년 만에 3.6배나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캐주얼 여성복 신사복 스포츠 등 패션 분야의 실력자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올 들어 휠라스포츠 패션그룹형지 금강제화 파크랜드 등이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내년에는 제일모직 코데즈컴바인 아디다스 행텐 등이 추가로 진출할 예정이다. 정체상태에 빠진 캐주얼 스포츠 등 다른 패션 분야와 달리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웃도어 시장을 잡기 위해 '패션 고수'들이 노스페이스 등 기존 아웃도어 업체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패션 강자들 속속 입성

중 · 저가 캐주얼 의류로 한 해 2000억원(판매 기준)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코데즈컴바인.국내 최대 패스트패션(SPA · 제조직매형 의류) 업체로 꼽히는 이 회사는 내년 봄 · 여름 시즌에 맞춰 '코데즈컴바인 하이커'란 아웃도어 라인을 내놓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단 전국 20여개 코데즈컴바인 가두점에 숍인숍 형태로 선보인 뒤 내년 하반기 중 단독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아디다스도 내년 2월께 '아디다스 아웃도어'를 국내에 론칭한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성장하면서 일부 스포츠웨어 분야를 잠식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내 패션업계의 맏형인 제일모직도 이르면 내년 가을 · 겨울 시즌에 맞춰 아웃도어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이탈리아 등산화 브랜드 '라 스포르티바'와 라이선스 도입계약을 맺었으며,현재 세부적인 사업방향을 짜고 있다. 중 · 저가 신사정장의 '지존' 파크랜드도 'PL스포츠'란 브랜드로 내년 아웃도어 시장에 본격 뛰어들 예정이다.

이 밖에 올해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든 구두업계 1위 금강제화(헨리한센)와 여성 캐주얼의 강자 패션그룹형지(와일드로즈),글로벌 패션기업 휠라코리아(휠라스포트) 등도 내년에 매장 수를 대폭 늘리며 시장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수성에 나선 '빅3'

아웃도어 '빅3' 가운데 내년 사업계획을 가장 공격적으로 짠 업체는 3위인 K2코리아다. 이 회사는 산하 브랜드인 K2와 아이더의 내년 봄 · 여름 물량을 올해보다 각각 60%가량 늘려잡았다. 또 이들 두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고 있는 60여개 대형 매장을 K2 전용 매장으로 전환하는 대신 아이더 매장 60개 정도를 별도로 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3700억원(K2 · 아이더 합산)으로 예상되는 매출을 내년엔 5000억원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업계 2위인 코오롱스포츠도 내년 매출 목표를 올해(4200억원)보다 19% 늘어난 5000억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10여개의 대형 매장을 내는 동시에 주말 나들이용으로도 입을 수 있는 세련된 아웃도어 라인인 '트래블 라인'을 내놓기로 했다.

아웃도어 선두주자인 노스페이스 역시 세련된 디자인으로 '아웃도어 새내기'들의 도전에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제품을 판매하는 영원무역 관계자는 "보다 스타일리시한 '아웃도어 룩'을 개발해 젊은층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라며 "등산뿐 아니라 캠핑 산악자전거 등 각각의 아웃도어 활동에 맞는 제품도 대거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라푸마를 판매하는 LG패션은 스포츠 캐주얼 제품을 확대하고,신제품을 대거 내놓는 방식으로 내년 매출을 올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2300억원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