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제가 농기계학과에 입학할 때만 해도 주위에서 호미,낫을 만드냐고 물어봤습니다. 40여년 만에 대동공업이 티어4(tier4)엔진을 자체 개발하다니 감격스럽습니다. 티어4엔진을 살릴 수 있느냐는 대동공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입니다. "(윤여두 동양물산 부회장)

"한국 농기계가 유럽 · 미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왜 농기계 업계엔 현대자동차 같은 일류 기업이 없습니까. 한국을 대표하는 농기계 브랜드로 대동공업이 나서야 합니다. "(유제선 국제종합기계 사장)

대동공업이 최근 대구 기술연구소에서 연 '티어4엔진 공개설명회'자리에서 경쟁업체 대표들이 쏟아낸 목소리다. 대동공업,동양물산,LS엠트론,국제종합기계는 국내 트랙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4대 업체다. 대동공업이 35%,나머지 업체들이 10~20%의 비슷한 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어 한때 과열경쟁이 심했다. 영업소에서 서로의 제품을 헐뜯고 폄하하기도 했다.

그런 회사들이 경쟁사 제품을 살리자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설명회에서 윤여두 부회장과 유제선 사장은 "외국산 티어4엔진 대신 대동공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진영균 대동공업 총괄부사장은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내수가 탄탄해야 하는데 경쟁업체가 도와주겠다고 나서니 고맙다"고 인사했다.

농기계 업계에서 상생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이대로는 모두 죽는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농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국내 농기계 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연 1만5000여대에 달하던 트랙터 내수시장은 지난해 8000여대로 반토막났다. 해외 시장도 녹록지 않다. 2013년부터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티어4엔진을 사용해야 미국 등에 수출이 가능하다. 티어4엔진은 기존 티어3엔진보다 2배 이상 고가임에도 미쓰비시,구보다 등 일본 업체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유 사장은 "지금은 사라진 대만의 농기계 업체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상생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자"고 말했다.

심은지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