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인한 공포와 당혹감이 채 사그라지기도 전에 서울시 의회와 국회에서 단상 점거와 막말,몸싸움이라는 구태(舊態)정치가 재연되고 있다. 1일 서울시 의회에선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안의 강행처리를 막는다며 단상을 점거한 반면 2일엔 민주당이 국회에서 4대강 관련법의 여당 단독처리를 저지한다며 국토해양위 위원장석을 점거했다. 단상 점거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그 모습 그대로였다. 여야가 다른 서울시 의회와 국회의 '역설적인 정치'의 단면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2일 전체회의에서 4대강 사업의 핵심 법안인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의 상정 문제를 놓고 고성과 함께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 파행은 한나라당이 친수법의 단독 상정을 예고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백성운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4대강 하천 경계로부터 2㎞ 안팎에 있는 지역을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이 '친수구역'으로 지정해 주택 · 관광시설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이 법이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살리기 사업비로 투자하는 8조원을 하천 주변지역 개발을 통해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특혜 지원법'이라며 상정 자체를 반대해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10여명은 여당이 친수법을 단독 상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의 시작 30분 전인 오전 9시30분부터 위원장석을 점거,실력 저지에 나섰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전 10시10분께 회의장에 입장,야당 의원들에게 "자리에 앉으라" "더 이상 이런 모습 보이지 맙시다"라고 외쳤다. 송광호 위원장이 위원장석으로 다가서자 야당 의원들이 앞을 가로막았고,이 과정에서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갔다. 송 위원장이 오전 11시30분께 다시 위원장석 진입을 시도하면서 10분 동안 여야 의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송 위원장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정회를 선언했으나 회의는 다시 재개되지 못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4대강,대운하 관련 법안을 이렇게 밀어붙인다면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여당 스스로 파행시키자는 것 아니냐"며 "국토위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이 법안이 저지되도록 물리력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전날 서울시의회에서 '의회주의 준수'를 외치며 무상급식 조례안을 단독 처리한 민주당이 국회에서는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해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회의 진행을 방해하며 의회주의를 짓밟고 있다"면서 "자신의 논리를 하루 만에 스스로 부정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날 서울시 의회에서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무상급식 지원 조례안'을 기습 상정 처리하려하자 한나라당 시의원 20여명이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며 저지에 나섰고,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끌어내리려 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어제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 시의원들은 소수의 의견을 무시한다며 단상을 점거했다"면서 "그런 한나라당이 하루 만에 국회에서 4대강 관련법을 단독 상정 처리하려 한 것은 논리적 모순이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경기도를 포격한다고 해서 온 나라가 비상상황인 데도 국회만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