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증가에 아일랜드 악재 겹쳐
국내 업체 거래물량은 6000만t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소인 블루넥스트(www.bluenext.eu)에서 CER(Certified Emission Reduction credit) 현물가격은 1일(현지시간) t당 11.84유로로 지난달 24일의 12.48유로에 비해 1주일 만에 0.64유로(5.1%) 하락했다. 지난 10월11일의 올 최고치(14.11유로)보다는 2.27유로(16.0%) 급락한 것이다.
블루넥스트는 탄소배출권 현물 거래의 90% 이상이 일어나는 거래소로 이곳의 가격은 세계 CER 값의 기준이 된다. 박순철 한국탄소금융 수석연구원은 "탄소배출권 시장은 정책적으로 형성된 시장"이라며 "최근 CER이 급락한 것은 공급 증가에다 유럽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탄소금융은 블루넥스트의 한국 회원사다.
유럽연합(EU)은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의무 감축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별,기업별로 배출 총량을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거래한다. 기업은 설정된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덜 배출하면 여분을 팔 수 있고 총량을 초과하면 배출권을 사야 한다.
CER은 나무 심기,화석연료 대체 등과 같은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 투자해 인정받는 배출권이다. 유엔 산하 CDM 집행위원회가 권리를 인정하면 유럽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
지난 5월엔 CER로 인정받던 화학업체들의 에어컨용 냉매가스 감축 프로젝트(HFC23 프로젝트)를 놓고 CDM 집행위가 정밀 검토에 들어가 승인을 늦추면서 CER 공급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CER은 지난 10월 t당 14유로를 넘기도 했지만 최근 검토 기간(6개월)이 만료돼 공급이 재개되면서 급락했다.
한국은 교토의정서상 자율 감축국으로 분류돼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달 17일 입법예고됐으며,국회를 통과하면 2013년 거래제도가 도입된다.
국내 기업들은 CDM 사업을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등록해 CER을 확보한 뒤 블루넥스트 등 해외 거래소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국전력과 LG전자 LG디스플레이 한화 지역난방공사 수자원공사 에너지관리공단 삼천리 휴켐스 후성 등은 2005년부터 모두 6000만t(누적)가량의 CDM 사업을 유엔에 등록해 놓았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도 CDM 사업 확대를 통해 CER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탄소시장 규모는 2007년 73조원(640억달러)에서 올해 172조원(1500억달러)으로 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