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자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1~3분기 지분법순이익이 1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지분법순이익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지분법은 20% 이상 출자한 자회사의 순이익을 보유 지분만큼 영업외수익이나 비용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지분법순이익은 지분법이익에서 손실을 뺀 것이다.

상장사들의 지분법이익 급증은 현대 · 기아차 등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들이 투자 단계를 지나 본격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자회사 손익이 연결 재무제표를 통해 영업손익으로 반영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국내외 자회사들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분법이익 사상 최대

2일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636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1~3분기 지분법순이익은 10조8106억원으로 작년 1~3분기(4조4996억원)보다 140.25% 증가했다. 전체 상장사(688개) 중 삼성전자 LG전자 등 IFRS 조기 도입 35개사와 금융업 등 52개사는 제외한 분석이다.

IFRS 조기 도입 기업들이 작년 1~3분기 수준의 지분법순이익을 냈다고 가정하면 15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형관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연구원은 "3분기까지 지분법순이익은 지난해 전체 지분법이익인 7조785억원을 웃돈 수치"라고 설명했다. 국내 상장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을 제외하곤 최근 3년간 연 7조원대의 지분법순이익을 냈다.

지분법이익이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올 1~3분기 지분법순이익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43조981억원)의 25.08%에 달했다. 상장사들이 이익의 4분의 1 정도를 자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셈이다. 두산건설 KCC 등 53개사는 1~3분기 지분법순이익이 전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져 해외 법인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지분법으로 잡히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승자 프리미엄 효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한국전력 등 급증

기업별로는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기아자동차 등 13개사의 1~3분기 지분법순이익이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현대차는 1~3분기 지분법순이익이 2조1215억원으로 작년 1~3분기(8179억원)보다 1조3036억원 불어났다. 김병국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3분기까지 해외 공장의 지분법평가 순이익만 7800억원에 달했다"며 "중국 공장의 이익 기여도가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대차의 내년 전체 지분법이익은 3조원을 넘어 연간 순이익 6조원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전력도 1~3분기 2조28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현대중공업(7118억원) 기아차(4165억원) 금호석유화학(3075억원) 등도 큰 폭으로 늘었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기아차의 경우 내년에 해외시장에 신차를 본격적으로 수출하면서 판매단가(ASP)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해외 판매법인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주요 해외 판매법인의 누적 손실이 해소되면서 연결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진 LI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호석유화학의 지분법 적용 대상 기업인 금호폴리켐 금호피앤비 등은 IT 자동차 등 전방산업 호조 덕에 내년 상반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낼 것"이라며 "우량 자회사들이 실적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