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액 3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에 최근 한 고객이 방문했다. 그는 원유 가격이 급등할 것 같아 해외 유전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자산운용사와 협의해 1인 사모펀드를 만들었다. 이 지점의 강영창 PB팀장은 "고객들의 요구가 워낙 다양해져 단 한 명을 위한 사모펀드가 결성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하던 사모펀드 시장이 올 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일반 사모펀드,사모투자펀드(PEF)에다 사적인 투자모임까지 합쳐 150조원대로 추산된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반 사모펀드 순자산총액은 작년 말 108조원에서 지난달 말 120조원으로 12조원가량 불어났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122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올 1월엔 104조원까지 줄었으나 하반기부터 빠르게 늘고 있다.

공모펀드에서 올 들어 15조6354억원이 빠져 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2007년 정점을 기록한 공모펀드 투자 열기가 사그라든 이후 사모펀드가 저금리 시대에 유력한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기업을 인수한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PEF도 올 들어 급성장해 20조원을 돌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16조8200억원이던 국내 PEF 규모(총 약정액)는 지난 10월 말 21조1500억원으로 4조3300억원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와 PEF 외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공모주,장외주식 등에 투자하는 사적인 투자모임이 줄잡아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투자 대상도 글로벌 기업공개(IPO),해외 헤지펀드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증권과 KTB자산운용이 지난 4월 출시한 글로벌IPO펀드는 홍콩 증시에 상장한 프랑스 화장품업체 록시탕,최근 재상장한 미국 GM 등에 투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