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비소(As)같은 독성을 먹고 사는 슈퍼 박테리아가 발견돼 지구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3일 오전 4시(한국 시간) 웹사이트 생중계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모노호수에서 극한 환경에서도 번식하는 슈퍼박테리아를 발견해 외계에도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이 생명체는 독극물인 비소(As)를 기반으로 살 수 있는 박테리아다.과학저널 사이언스의 온라인판에‘인(P) 대신 비소를 사용해 생육 가능한 박테리아’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된 이 연구 결과는 지구와 전혀 다른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수 있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높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탄소(C) 수소(H) 질소(N) 산소(O) 인(P) 황(S) 등 이른바 ‘생명체 필수 6대 원소’를 기반으로 구성돼 있다.그러나 이번 슈퍼 박테리아 발견을 주도한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와 애리조나주립대(ASU) 연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동부 모노호수의 침전물 속에서 찾아낸 박테리아(GFAJ-1)를 실험실로 갖고와 인 대신 비소를 넣은 배양액을 기반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질량분석 등의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확인한 결과 배양액에 포함돼 있는 비소가 박테리아의 단백질,지질,핵산 등에서 포착됐으며 DNA에서도 비소가 발견됐다.이는 비소가 인을 완전히 대체해 박테리아의 생체분자에 완전히 통합됐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울프사이먼 박사는 원소주기율표에서 인 바로 밑에 위치해 화학적으로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는 비소가 인을 대체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작년 1월 국제 천문학 저널에 발표했다.그뒤 자신의 가설을 입증할 생명체의 존재를 추적해왔다.

울프사이먼 박사는 “이번 발견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가 우리가 통상 추정해왔거나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융통성을 가질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며 “이번 연구가 생물학 교과서에서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폴 데이비스 ASU교수도 신종 박테리아가 “분명히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것” 이라며 “미생물학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 제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인이 없는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확인됨에 따라 지구와 판이하게 다른 외계 행성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커져 향후 외계 생명체 탐색 활동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는 당초 NASA가‘우주생물학(astrobiology) 발견’에 관해 중대 발표를 한다고 예고하면서 ‘외계인을 발견한 것 아니냐’는 추측 등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그러나 공식 발표에 앞서 영국의 대중일간 더선이 NASA의 보도유예(엠바고) 요청을 깨고 ‘슈퍼박테리아 발견’ 사실을 전하면서 다른 언론들도 앞당겨 보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