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과 타협 없이 느닷없이 가격을 올리거나 사업성이 떨어져 이윤이 별로 나지 않는다고 지금까지 판매하던 메뉴를 갑자기 내리고 새로운 메뉴를 내놓으면 매장을 자주 찾던 고객의 불만을 사게 된다. 가격과 메뉴의 변화를 주려고 한다면 최소 한 달 전부터 POP(매장 내 광고물) 등을 통해 고객에게 사전에 이유를 밝히는 게 좋다.

얼마 전 서울의 등촌동 역세권에서 주꾸미전문점을 2년간 운영하던 Y사장은 5900원 하던 메뉴 가격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6900원으로 1000원을 올려 받았다. 이렇게 한 지 한 달 만에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급기야 석 달 만에 업종변경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처지에 빠졌다.

불경기일수록 가격을 올리면 전체 매출이 떨어진다. 요즘 식당의 흐름을 보면 메뉴의 가격대에 따라 대,중,소 중에서 은근슬쩍 소자 메뉴를 빼고 중,대 그리고 특대라는 음식을 만들어 파는 업소가 있다. 불경기일수록 소자 메뉴는 오히려 특소라는 메뉴로 작게 쪼개 판매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2만원을 받던 찜 종류의 메뉴를 특소 9000원으로 만들면,손님 3명이 5000원짜리 식사를 2인분만 주문하고 공기밥 1000원을 추가하면 2만원을 내고도 3명이 술안주가 되는 찜 요리에 소주 1병(3000원)까지 시킬 수 있지 않은가.

고객이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현관문을 나설 때 가격과 가치 측면에서 고마운 마음을 갖고 떠나도록 해야 한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추워지는 날에는 숭늉 같은 따뜻한 음료를 사람의 체온보다 10도만 높게 해 제공하고,보온밥통에 구멍 뚫린 찜기를 깔고 두툼한 면 물수건을 올려서 따뜻한 물수건과 뜨거운 숭늉을 함께 제공한다면 큰 돈 들이지 않고 고객에게 감동과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은가.

손님의 입장이 되어서 손님의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내가 이익을 취할 것인가'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이익을 돌려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세로 가게 운영을 하다 보면 점차 충성 고객과 마니아 고객층이 형성돼 입소문이 나고 고객들이 멀리서 찾아오는 점포가 될 수밖에 없다. 고객을 이기려고 하면 고객의 지갑은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이종호 외식창업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