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3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ㆍ부진 남매가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삼성의 3세 경영체제가 본격 출범하게 됐다.

부사장 승진 1년만에 다시 사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사장과 전무에서 두 계단이나 뛰어오른 이부진 사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오너 3세가 중심이 된 삼성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삼성은 또 이번 인사에서 1년차 미만 부사장 5명을 사장으로 발탁해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젊은 조직론'을 가시화했다.

◇이재용ㆍ부진 남매 사장 승진..3세 경영 '시동' = 이재용 부사장이 부사장 승진 1년만에 다시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삼성그룹이 오너 3세 경영체제로 본격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아직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을 지키고는 있지만 68세의 고령인 만큼 이 사장으로의 중심 이동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맡지 않고 부사장 시절과 마찬가지로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계속 맡기로 한 것은 성과에 대한 부담은 덜어주는 대신 좀더 일선에서 경영수업을 쌓으라는 내부의 배려라는 분석이다.

이미 부사장 시절부터 시작된 행보이긴 하지만 다양한 현장경험을 쌓고 주요 고객사 CEO들과의 교류를 더욱 확대함으로써 향후 경영권 승계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부진 전무의 사장 승진은 다소 파격이지만 최근 일련의 사업적 성과에서 보여준 탁월한 경영능력을 부친인 이 회장이 인정한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부진 사장은 전무 재직시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의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을뿐 아니라 최근에는 면세점 사업에 주력해 2004년 12.6%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기준 27.8%까지 끌어올린 공적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롯데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 뷔통을 입점시키는 데 성공,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부진 전무의 사장 승진은 다소 파격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탁월한 경영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를 남매간 대결구도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1년차 부사장 9명 사장 발탁..세대교체 본격화 = 이번에 단행된 사장단 인사로 삼성 신임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53.7세에서 더 낮아졌다.

40대 초반인 이재용ㆍ부진 남매뿐 아니라 1년차 미만인 부사장 5명을 사장으로 발탁해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젊은 조직론'을 현실화시켰다.

AT&T 출신의 우남성 부사장과 IBM 출신인 고순동 부사장 등 외부영입 인사들이 발탁승진의 대상이 됐으며 특히 김재권 부사장은 임원으로 승진한 지 9년만에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됐다.

이는 21세기 삼성의 비전을 이끌어갈 젊고 참신한 인재를 과감히 중용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진력하라는 의미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발탁 인사로 신임 사장단의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며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21세기에는 '젊은 리더'가 필요하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택-최지성-이재용 '신 트로이카 체제' 구축할 듯 = 새롭게 복원된 그룹 조직이 미래전략실이란 명칭으로 공식 출범함에 따라 앞으로 삼성그룹을 이끌어 갈 새로운 트로이카 체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래전략실을 책임지게 될 김순택 부회장과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최지성 사장, 이재용 사장이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이끌 새로운 삼각축으로 기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명칭에도 담겨있는 대로 복원된 그룹 조직은 삼성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삼성그룹을 사실상 먹여살리다시피 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진두지휘하는 최 부회장과 이 사장이 긴밀한 협업 체제를 이루면서 삼성의 미래를 개척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은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높이는 일을 주로 맡으면서 각 계열사가 하는 일을 도와주는 지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