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동안 300채 넘게 계약했어요. 요즘은 하루에 10개 이상 팔고 있습니다. "(박기정 벽산건설 마케팅팀장)

지난해 11월 분양했던 부산 장전동의 '벽산블루밍 디자인시티'.1075채의 대단지인 데다 경기불황까지 겹쳐 미분양이 속출했던 이곳은 현재 계약률이 82%에 이른다.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급속도로 소진된 덕이다. 박기정 팀장은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2층 아파트까지 계약을 하는 사례도 있다"며 "하반기 들어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지방 · 수도권 미분양판매 '온도차'

지방 미분양이 줄어드는 것은 벽산건설만이 아니다. 대우건설도 대구 천안 등지에 켜켜이 쌓였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에 매수세가 붙으면서 최근 3개월간 1300여채를 팔아치웠다는 얘기가 들린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삼성물산을 제외한 1~6위 대형 건설업체의 10월 미분양 판매 실적을 조사한 결과 총 1530채로 9월(1294채)에 비해 18.2%,8월(790채)보다는 9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 한층 가속화됐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잇따른 전언이다. 김철호 GS건설 분양관리팀 차장은 "상반기부터 10여 차례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면서 구입 시기를 저울질하던 사람들이 이제 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은 그러나 미분양이 되레 증가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전월 대비 1049채 증가한 2만9201채로 집계됐다. 기존 미분양은 팔리고 있지만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신규 분양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면서 미분양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미분양 해소 분위기가 수도권까지 본격 상륙하진 못하고 있다.

◆새 아파트 분양도 '지방 훈풍'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지방의 온기는 뚜렷하다. 올 상반기만 해도 청약률 제로(0) 현장이 속출했으나 이제는 1순위 청약에 모집가구수를 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냉골이던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부산부터다. 지난 10월15일 부산 정관신도시에서 1758채를 분양한 동일 스위트가 청약 3순위에서 평균 1.9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된 것이 이른바 '부산발 분양 훈풍'의 신호탄이었다.

GS건설은 같은 달 29일 부산에서 견본주택을 연 우동 '해운대 자이' 741채가 평균 22.6 대 1로 마감되며 본격적인 상승 무드를 타고 있다고 밝혔다. 모델하우스가 문 열기 전부터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까지 등장,자리싸움이 치열했던 이곳은 계약기간 3일 만에 90%가 넘는 계약률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부산뿐 아니라 지난 10월 중순 서울 서초동에서 분양된 오피스텔 강남 아이파크가 230실 모집에 7521명이 청약해 평균 32.7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되는 등 분양 호조세가 확산되는 추세다.

◆연말 · 연초 상승국면 지속될 듯

미분양과 신규 분양시장을 가릴 것 없이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호황기 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 △중소형으로 구성된 실속 평면 △최근 1~2년간 누적된 공급 부족 △전세가격 상승세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로 풀이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수급불균형이 심화된 만큼 이 같은 현상이 내년에도 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양마케팅 대행업체인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최근 공급이 적체되면서 내년에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라며 "이로 인해 올해 하반기에 두드러졌던 전세가격 상승세와 일부 중소형 아파트의 판매 호조 등의 현상이 훨씬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