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주들이 3일 장중 내내 살얼음판을 걸었다.

이제 현대그룹주들의 주가향방은 오직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타시스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맺은 대출계약서 공개여부가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주들은 이날 오전 현대건설 채권단에 프랑스 나타시스은행이 발행해 준 '대출확인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대 8% 가까이 급락했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제출한 인수자금 증빙서류가 '대출계약서'가 아닌 '대출확인서'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대그룹주들은 오후들어 다시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회사인 현대상선은 전날대비 2.84% 떨어진 4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현대엘리베이터는 3% 정도 떨어졌다. 현대상선은 장중 한때 전날보다 7.8% 이상 밀려나기도 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투자자들의 경우 현 단계에서 섣부른 기대도, 섣부른 실망도 금물"이라며 "현대그룹이 제출한 대출확인서는 채권단이 요구하고 있는 대출계약서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채권단은 오는 7일 낮 12시까지 대출계약서 제출을 요구한 것이고, 현대그룹과 예비협상자인 현대차그룹은 물론 정책금융공사 우리금융 외환은행 등 채권단 내 이해관계도 증폭되고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이어 "일단 채권단의 입장 발표를 기다려야 할 시기이며, 그 무엇보다도 정책금융공사의 입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구조조정촉진법 대상기업으로 본매각시 채권단 세 곳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현대그룹은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이 발행한 무담보 무보증 대출 확인서를 현대건설 채권단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이 확인서에는 △계좌에 들어있는 자금은 대출금이며 △현대건설 주식이 담보로 제공되지 않았고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이 담보로 들어가 있지 않으며 △현대그룹 계열사가 대출에 대해 보증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요구하고 있는 대출계약서는 사상 그 유례가 없고 통상관례에 완전히 벗어난 요구로 MOU상 채권단과 합의한 '합리적인범위'에서 벗어난다"며 "이번에 제출한 확인서는 대출계약서상 내용을 나티시스 은행이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공증한 문서"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