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비뚤한 치아 배열을 가지런하게 바꿔주는 치아 교정이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성인에게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 외모를 향상시키는 데다 성장기의 안면윤곽 불균형을 바로 잡고 턱관절장애로 인한 두통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된 덕분이다.

치아교정은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기 시작하는 8세 무렵부터 받을 수 있다. 신경민 서울 모나리자치과 원장은 "이 시기에는 턱뼈의 성장이 왕성해 치열이 잘못 잡히면 주걱턱,무턱,돌출입,안면비대칭 등이 될 수 있으므로 교정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상을 조기 발견하면 성형수술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2급 부정교합(위턱돌출 등)은 사춘기 성징이 나타나기 직전 신체성장이 가장 활발한 시기에 치아교정에 나서야 바른 성장교정을 유도할 수 있다. 다만 3급 부정교합(주걱턱 등)의 경우 여성은 15세,남성은 18세까지 턱뼈가 계속 자라나는 점을 감안해 턱뼈의 성장패턴에 따라 성인 이후에 치료하기도 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시작하면 교정효과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도 치료기간이 다소 늘어나긴 하지만 치료효과엔 별 차이가 없다. 성인의 경우 치아교정으로 턱관절장애로 인한 여러 불편한 증상을 줄일 수 있다. 치열이 가지런해져 칫솔질이 용이해지고 치석이 덜 끼게 돼 충치나 잇몸질환 발생위험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것은 가장 큰 건강상의 이익이다.

턱관절은 위턱의 바깥쪽에 아래턱이 맞물려 있고 그 사이에 디스크가 완충하는 구조다. 치아의 위아래 맞물림이 바르지 못하면 턱관절이 비틀려 성인이 된 이후 입을 열고 닫을 때 턱관절에서 소리가 나며 심한 경우 관절이 마모돼 통증이 유발된다. 턱관절장애는 초기에 찜질 등 물리치료와 스플린트(윗 치아에 끼우는 틀니형태의 기구)로 치료하고 효과가 없으면 치아교정을 선택해볼 수 있다. 턱관절은 아래턱의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턱의 기형이 아주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치아교정만으로 경증의 돌출입과 주걱턱을 개선하고,턱관절통증을 잠재울 수 있다.

치아교정을 망설이게 만드는 건 1~2년이 걸리는 긴 치료기간.그러나 다양한 방법이 도입되면서 교정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있다. 우선 자가결찰브라켓은 치아에 붙이는 브라켓 자체에 클립(걸쇠)이 달려 있어 교정용 철사로 걸어놓기만 하면 된다. 반면 기존 교정장치는 브라켓을 가는 철사나 고무줄로 다시 묶어준다. 자가결찰브라켓은 브라켓과 철사 사이의 마찰력이 기존 교정장치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고정력은 유지하되 치아의 유동성을 높여 교정기간을 단축한다.

미니스크루를 이용한 스피드 교정은 잇몸 밑의 치조골에 임시로 작은 나사못을 심어 지지대로 삼고 여기서 덧니나 돌출치아를 끌어당겨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시키는 방법이다. 피질골 절단술은 치아 이동에 방해가 되는 피질골(잇몸뼈 상단 외곽의 뼈)을 일부 제거해 치아 이동 속도를 높인다. 치아는 교정으로 최대 한 달에 1㎜씩 움직이는데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하면 교정기간을 6개월가량 단축할 수 있다.

치아교정은 교정장치를 치아 안쪽으로 부착하는 설측교정과 치아 바깥쪽에 붙이는 순측교정으로 나뉜다. 한때 교정장치가 겉에서 보이지 않는 설측교정을 많이 선호했으나 요즘은 교정기간이 짧은 순측교정을 택하는 사람이 70%에 달한다.

설측교정은 원리상 교정장치가 치아를 안쪽으로 끌어모으기 때문에 돌출입을 빠르게 개선하는 장점이 있다. 혀를 움직이는 게 불편해 발음장애를 초래하지만 1~2주간 발성훈련을 하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최근에는 투명교정장치인 '인비절라인'이 인기 상승세다. 교정 희망자의 20% 남짓이 선택하고 있다. 이 치료방법은 치아상태를 촬영,3차원 컴퓨터 이미지 기술과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교정 후 치아 이동 패턴을 미리 계산해 얇고 투명한 강화 플라스틱 재질의 마우스피스처럼 생긴 교정장치를 환자별로 맞춰 치아 전체에 끼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통 20~30개의 교정단계별 인비절라인을 약 2주마다 교체해 착용하면 10~15개월 후 달라진 치열 모양을 얻게 된다. 두께가 0.7㎜ 정도로 얇아 이물감이 적고 발음에 지장을 주지 않으며 기존 금속교정기와는 달리 날카로운 곳에 찔려 구강 조직이 다칠 염려가 없다. 또 쉽게 탈착이 가능해 필요할 때 잠시 벗어두기에도 편리하다.

브라켓을 이용한 대부분의 교정치료는 브라켓과 치아의 접착부위가 약화되고 잘못 관리할 경우 충치가 생기고 치아가 변색되며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간혹 치아 뿌리가 흡수돼 짧아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칫솔질을 세심하게 하고 정기적으로 치과에서 점검받을 필요가 있다. 치조골의 흡수 징조가 보일 때는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 교정 후 일시적으로 치아가 흔들리는 것은 잇몸이나 치아가 약해진 게 아니라 치아 이동으로 치아를 지지해주는 치주인대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이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신경민 원장은 "요즘 외모를 가꾸려 전신마취 후 위턱과 아래턱을 모두 절개해 안면윤곽을 맞춘 뒤 치열교정을 하는 양악수술이 성황"이라며 "전신마취 및 수술 시 신경 · 혈관 손상의 잠재적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심한 얼굴기형이 아니면 가급적 치아교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