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인터내셔널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

AFP통신은 에르메스 상속자들이 3일 회동을 갖고 LVMH의 에르메스 인수를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우회 매집을 통해 에르메스 지분 17.1%를 확보한 LVMH의 공세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837년 에르메스를 창립한 창업주 티에리 에르메스의 상속자 200여명이 이번 회동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지분은 73.4% 정도다. 루이비통의 지분 인수에 에르메스 측은 최근 BNP파리바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자문사로 정해 대응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BNP파리바와 BOA를 동원한 것은 LVMH의 인수 시도를 기정사실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에르메스 상속자들은 두 가지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자들의 지분을 합쳐 지주회사를 세우고 외부 투자자의 경영참여를 막는 것과 상속자들끼리 계약을 맺어 지분을 따로 매각하거나 하는 일이 없이 공동 대응하는 방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르메스가 경영권을 지킬 유일한 방법은 상속자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라고 전했다.

반면 LVMH 측은 에르메스 인수 의도가 없다고 주장한다. 지분 인수가 공개된 후 LVMH는 에르메스에 대한 공개매수를 하지 않고 이사회에 임원도 파견하지 않는 등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기 투자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에르메스 인수를 위한 사전 조치로 받아들인다. 대중적 명품의 대명사 LVMH가 에르메스의 초고가 상품까지 확보하면 명품 시장 점유율을 크게 올릴 수 있기 때문.실제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에르메스를 극찬하며 지난 2년간 에르메스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LVMH는 1999년 이탈리아 경쟁 업체인 구찌를 합병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이번 지분 인수 직후에도 "추가 매입을 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에르메스 지분은 상속자 200여명에게 분산된 만큼 언제든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올해 초 창업자 후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장 루이 뒤마가 타계하면서 일부 주주들이 지분을 팔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에르메스 측은 "창업자 후손들은 지분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적대적이 아니라면 아르노는 계획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아르노가 인수 · 합병의 귀재지만 에르메스 사냥은 성공 확률이 낮다"고 평가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