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도자 인형업체 앙헬리스 야드로 부사장 "가업승계, 창의·영감 전수돼야 성공"
세계 최대의 도자 인형업체 야드로(LLADRO)의 앙헬리스 야드로 부사장(41 · 사진)에게 한국을 찾은 이유를 묻자 대뜸 옆에 놓인 4400만원짜리 용 도자기 상(像)을 가리켰다. 세계 최대 도자기 조형물 회사 야드로의 야심작으로 서양의 드래곤이 아니라 아시아의 용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야드로 부사장이 처음 용 그림을 접하는 순간부터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제작에 나섰다. 150개 한정판으로 이미 아시아권에서만 절반이 팔려 나갔다.

방한 중인 야드로 부사장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아시아는 급성장하는 명품시장이자 영감의 보고(寶庫)"라며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 작품을 위한 다양한 소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드로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가업승계 기업으로 1953년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에서 후안,호세,빈센트 야드로 등 3형제에 의해 설립됐다. 소규모 도자 인형을 만드는 공방으로 시작했지만 독특한 개성과 섬세한 스타일의 표현력이 알려지면서 사업이 크게 확대됐고 지금은 2000여명의 직원과 123개국 4000명의 딜러를 거느린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6억달러.작품의 예술성을 인정받으면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벨기에 왕립 역사 · 예술 박물관 등 세계 유명 박물관에도 전시되고 있다.

야드로는 글로벌화됐지만 가업승계를 통해 가족경영 방식은 바꾸지 않았다. 지금은 창립자 3형제의 2세 6명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장남 후안 야드로의 둘째딸인 야드로 부사장은 연구 · 개발(R&D)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야드로 부사장은 이처럼 가업승계를 통해 물려받은 열정과 창의적 영감이 지금은 회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자기 작품에 배어 있는 유머와 창의력이 변하지 않은 것은 1세들의 DNA가 온전히 2세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때 수작업 대신 기계를 활용하거나 해외 생산기지를 두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야드로의 DNA가 변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 때문에 결국 취소했다"며 "가업승계를 통한 가족경영이 단기적 경영 측면에서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회사의 기술력과 정신을 보전하고 장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야드로 2세 경영진은 지금도 세계를 돌며 작품을 위한 영감과 소재를 찾아내고 있다. 경영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지만 최고경영자가 지녀야 할 열정과 영감,창의성은 보고 느끼며 체득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을 중시한다. 이를 그들은 문화적 발견(cultural discovery)이라고 부른다. 최근 아시아를 찾아 발견한 두 가지 소재는 '사자'와 '김연아'다. 야드로는 중국인들이 신성시하는 '사자상'을 내년 도자기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김연아의 우아한 스케이팅에 매료된 야드로 부사장은 김연아 도자기상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연아 측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링컨,간디 등 위인들의 도자기상은 나왔었지만 생존해 있는 유명인은 처음이다. 그는 "임직원 중 일부는 연평도 포격 때문에 한국 방문을 만류하기도 했지만 다양하고 아름다운 모티브를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