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신종 박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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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계엔 '세균이 인간보다 더 똑똑하다'는 말이 있다. 인간이 치료제를 만들어 내도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세균이 한 단계 더 진화하는 현상을 빗댄 은유다. 질병의 역사에서 아무리 강력한 항생제를 개발해도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어김없이 생겨나곤 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버나드 딕슨은 한 술 더 떠서 이렇게 주장한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거대 생물이 아니라 미생물이다. "
황당한 얘기만은 아니다. 미생물은 지구 상에서 수적으로 제일 많고 적응력도 가장 뛰어나다. 다산(多産)을 통해 종족을 효율적으로 번식시키고 있다. 사람의 몸은 60조~100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는 데 비해 몸속 미생물은 줄잡아 그 10배쯤 된다. 수심 1만m를 넘는 바다 밑이나 금속을 녹일 만큼 진한 황산,심지어 원전 폐기물 탱크 속까지 미생물이 살지 못하는 곳은 별로 없다. 그래서 지구의 첫 생명체가 미생물이었듯 최후의 생명체 역시 미생물일 것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미생물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다양하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나 20세기 초 창궐한 스페인 독감으로 수천만명이 희생된 것은 직접 감염의 결과다. 반면 '아일랜드 감자 사태'는 간접적 영향에 속한다. 남미 안데스산맥에서 재배되던 감자가 16세기 후반쯤 아일랜드에 들어오자 인구가 급증했다. 감자 재배로 먹을 게 풍부해진 덕이다. 하지만 1768년 감자 고조병이 생기면서 수확량이 확 줄어들었다. 200여만명의 아일랜드인이 굶어죽고 이민자가 속출했다.
인간은 나쁜 미생물을 퇴치하고 좋은 미생물을 이용하려는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하다. 배양할 수 있는 미생물은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독성물질 비소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신종 박테리아를 찾아냈다고 한다. 생명체 필수 6원소(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가운데 인 대신 비소를 기반으로 하는 박테리아라는 설명이다. 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외계 생명체가 확인된 적은 없다. 그렇다고 1000억개 이상의 은하계가 존재한다는 광대한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산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주,생명의 기원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황당한 얘기만은 아니다. 미생물은 지구 상에서 수적으로 제일 많고 적응력도 가장 뛰어나다. 다산(多産)을 통해 종족을 효율적으로 번식시키고 있다. 사람의 몸은 60조~100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는 데 비해 몸속 미생물은 줄잡아 그 10배쯤 된다. 수심 1만m를 넘는 바다 밑이나 금속을 녹일 만큼 진한 황산,심지어 원전 폐기물 탱크 속까지 미생물이 살지 못하는 곳은 별로 없다. 그래서 지구의 첫 생명체가 미생물이었듯 최후의 생명체 역시 미생물일 것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미생물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다양하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나 20세기 초 창궐한 스페인 독감으로 수천만명이 희생된 것은 직접 감염의 결과다. 반면 '아일랜드 감자 사태'는 간접적 영향에 속한다. 남미 안데스산맥에서 재배되던 감자가 16세기 후반쯤 아일랜드에 들어오자 인구가 급증했다. 감자 재배로 먹을 게 풍부해진 덕이다. 하지만 1768년 감자 고조병이 생기면서 수확량이 확 줄어들었다. 200여만명의 아일랜드인이 굶어죽고 이민자가 속출했다.
인간은 나쁜 미생물을 퇴치하고 좋은 미생물을 이용하려는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하다. 배양할 수 있는 미생물은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독성물질 비소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신종 박테리아를 찾아냈다고 한다. 생명체 필수 6원소(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가운데 인 대신 비소를 기반으로 하는 박테리아라는 설명이다. 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외계 생명체가 확인된 적은 없다. 그렇다고 1000억개 이상의 은하계가 존재한다는 광대한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산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주,생명의 기원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