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부회장 승진자 2명, 사장 승진자 9명이 각각 배출됐고 이건희 회장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장녀인 이부진 에버랜드 전무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조직을 통괄할 미래전략실 신설도 공식화됐다.

이번 인사 및 조직개편은 '3세 경영' 체제가 본격 출범하게 됐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특징이다. 경영수업에 주력해오던 이재용 · 이부진씨가 최고책임자 자리에 올라 경영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이들은 맡아온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려 승진 대상이 됐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신임사장단의 평균 나이가 지난해 53.7세에서 51.3세로 떨어지는 등 사장단 연령도 크게 낮아졌다. '젊은 조직'을 요구한 이 회장의 지시를 실천하는 것이자 '3세 경영'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포석으로 판단된다.

과거의 비서실이나 구조조정본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미래전략실 조직도 체제를 갖췄다. 이미 예고된 대로 김순택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는다. 미래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면서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그룹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은 만큼 이재용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전략실의 신설은 회장단, 그룹통할조직, 계열사 사장단으로 이어지는 삼성 특유의 삼각편대 경영의 부활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이 완료된 만큼 삼성은 이제 제3의 창업을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경영에 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특히 중요한 과제는 앞으로 그룹을 먹여 살릴 신수종 사업을 하루빨리 발굴해내는 일이다.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폰을 뒤이을 먹거리를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보면 자칫 낙오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회장이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는 다 바꾸자"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신경영을 주창하며 제2의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좋은 참고가 된다.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발언 또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삼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나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대단히 크다. 그런 만큼 새로운 체제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는 것은 국가경쟁력,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중요하기 이를 데 없다.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한 삼성이 젊은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