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두 차례에 걸친 추가 협상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최종 타결지은 것은 양국의 경제·정치·안보라는 세 가지 명분과 실리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한·미 FTA가 2007년 6월 체결된 지 3년5개월 만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시 쉐라톤호텔에서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최종 담판을 가진 뒤 “양측은 자동차 등 제한된 분야에서 실질적 결과를 거뒀다”고만 타결 내용을 발표했다.구체적인 타결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국 정부에 최종 보고 후 발표 절차만 남은 사실상 타결이라는 게 양국 협상단의 판단이다.

◆핵심 쟁점은 자동차 분야

핵심 쟁점은 자동차 분야였다.미국은 자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산 승용차의 수입관세 철폐 기한 연장을 요구해 왔다.FTA 협정문은 미국이 3000㏄ 미만 승용차에 대해선 협정 발효 즉시,3000㏄ 이상 승용차에 대해선 협정 발효 3년 뒤 2.5%인 관세를 철폐하도록 했다.

미국 포드 자동차와 자동차노조(UAW)는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 차원에서 3000㏄ 미만 한국 차의 관세 철폐 기한을 10년 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날 양측은 즉시 철폐 조항을 4~5년 연장하는 안을 두고 집중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 요구에 한국측은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오렌지 등 미국산 농산물의 관세철폐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대응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기존 협정문에서 계절관세를 적용키로 했던 오렌지는 한국에서 관련 농가와 야당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분야다.

김 본부장도 ‘자동차 등’이라고 언급했다.한국측이 자동차 관세 부분을 양보했다면 반드시 반대급부를 받아야 국회 비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그는 “우리가 얻은 것은 농산물뿐 아니라 몇 가지 더 있다”고 강조했다.반면 그는 이번 나흘 간의 추가협상 기간 중 한국측이 민감한 쇠고기 분야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밝혀왔다.

◆한·미 경제 동맹 확인

한·미 FTA 타결로 한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시장을 얻게됐다.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과정에서 확고한 군사 동맹을 확인한데 이어 경제 동맹을 굳건히 하게됐다는 평가다.

미국은 5년내 수출을 두 배로 늘리고 일자리를 200만개 창출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수출확대 구상의 중요한 한축을 달성하게 됐다.백악관은 한국과의 FTA 체결로 미국 내에 7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미국민들을 설득해 왔다.미국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김 본부장은 협상을 앞두고 연평도 도발과 FTA는 별개라고 말해왔지만 FTA 최종 타결로 한·미 동맹이 한층 공고해진 것이다.미국은 한·미FTA을 발판으로 중국을 경제적으로 견제하고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레버리지(지렛대)도 얻었다.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2007년 6월 양국 정부의 서명까지 마치고 국회 상임위원회까지 통과한 기존 협정문을 미국측의 요구로 재수정한 까닭이다.이번에 새로 합의된 FTA 협정문은 국회 상임위 통과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국회 비준 과정에서 민주당 등의 반발도 예상된다.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약 한 달 간의 조문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기존 협정문이 수정되면 한국은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미 의회는 관련 이행법안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한대로 내년초께 상원과 하원에 제출해 표결하게 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주용석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