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군부대 가입자 중 3분의 1가량이 케이블TV 시청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일선 부대는 상부 지침이라며 조정과정도 없이 케이블망 철거를 요구했어요. IPTV 예산이 늘어난 내년에는 가입자들이 더 빠져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지역 케이블TV(SO) L팀장)

군 장병들의 방송망에 KT의 IPTV인 '쿡TV'가 확산되면서 케이블TV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가 IPTV 예산만 대폭 늘려 매체 간 경쟁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내년 예산에서 IPTV 시청료를 올해보다 44억2700만원(66%) 늘어난 111억2100만원으로 책정했다. 예산안은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했고 예결위 심사만 남겨놓고 있다. IPTV가 전 군에 보급되면 연간 18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는 모두 단독 사업자인 쿡TV의 매출로 연결된다.

국방부는 IPTV를 늘리는 이유에 대해 국방정보화 사업으로 장병들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전 군의 병영생활관에서 IPTV를 시청토록 하고 화상면회소를 운영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예산안에도 134억원을 편성했다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타당성 문제로 절반 정도 깎였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예산안 부처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내년 국방분야 예산안 중 IPTV 관련 부분은 '사업성과 미흡'으로 분석됐고 IPTV의 전 부대 보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돼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의 홍명호 정책국장은 "국회에서 문제점이 수차례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 사업을 통해 특정 유료방송 매체를 지원한 것은 잘못"이라며 "경쟁관계인 케이블TV 사업자와 형평성에 맞지 않아 공정경쟁을 제한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케이블TV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도 IPTV와 마찬가지로 VOD(주문형비디오),양방향 방송,부가서비스 제공 등을 할 수 있다. 디지털케이블TV는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아도 IPTV보다 더 많은 인기채널을 볼 수 있다. 군인들이 즐겨보는 스포츠채널이나 '슈퍼스타K'가 방송되는 엠넷채널 등도 보유하고 있다. 쿡TV에는 이 같은 채널이 없어 장병들의 채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한 유료방송 협력업체 관계자는 "IPTV를 설치하기 위해 군부대를 방문해보면 인기채널인 스포츠채널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병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IPTV는 케이블TV보다 비용이 훨씬 높아 국고낭비로 지적되고 있다. 케이블TV 시청료는 월 평균 7000원이며 디지털로 전환해도 1만5000원 수준이지만 IPTV는 2만5100원이다. 내무반에 필요치 않은 인터넷 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군부대 내 IPTV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도 이의가 제기됐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공개경쟁입찰 결과 KT가 단독 응찰해 낙찰됐다"며 "다른 IPTV사업자가 응찰하지 않은 입찰 방식이 과연 적절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