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이혼 후 자녀와의 관계회복에 무관심한 부모는 자녀를 만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A씨(35·여)는 1999년 B씨(39)와 결혼해 딸을 낳고 살다가 2004년 협의이혼을 했으며 자녀의 양육은 B씨가 맡았다.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딸은 큰 상처를 받았고 A씨를 만나는 것 조차 거부했다.A씨는 딸을 만나게 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B씨는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며 거절하자 법원에 면접교섭허가 심판을 청구했다.1심 재판부가 면접교섭 허용 결정을 내리자 B씨는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재판부 우선 자녀와 A씨의 관계 회복이 우선이라고 판단,법원에서 주최하는 ‘자녀사랑 1박2일 가족캠프’ 참여를 권유했다.A씨는 자녀와 캠프에 가기로 해놓고 바쁘다며 번번이 캠프에 불참했다.

결국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수석부장판사 안영길)는 A(35·여)씨가 이혼 후 전 남편 B(39)씨가 돌보고 있는 딸(11)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며 낸 면접교섭허가 청구 심판 항고심에서 “A씨의 면접교섭을 허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법원은 “면접교섭권은 이혼 후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부모가 갖는 권리지만 A씨가 아무런 준비와 노력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자녀를 만나는 것은 오히려 자녀의 성장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이어 “자녀의 감정을 헤아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 내세워 면접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허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면접교섭권은 부모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노력하며 준비하는 모습이 전제돼야 하고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