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VVC와 제휴
1억5000만弗 펀드 공동 조성
창업에서 글로벌화까지 지원
모태펀드를 운영하는 김형기 한국벤처투자 사장(57 · 사진)이 최근 이스라엘과 '벤처펀드 운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돌아왔다. 그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만나봤다.
▼어디를 방문했는가.
"지난달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하이파를 둘러봤다. 예루살렘은 행정 중심지이고 텔아비브는 최대 상업도시다. 하이파는 이스라엘의 실리콘밸리다. 하이파클러스터에는 인텔 시스코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스라엘의 MIT로 불리는 테크니온공대도 있는데 이 대학과 기업 간 산학협력이 활발했다. "
▼어떤 내용을 협력하기로 했는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스라엘의 테크니온인큐베이터와 한국벤처투자가 창업 초기 기업 및 예비 창업자에 대한 지원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털인 VVC(버텍스 벤처캐피털)와 벤처펀드 운영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한국벤처투자는 정부가 설립한 기업으로 모태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벤처기업들의 숙원은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금을 운영하는 벤처캐피털은 투자 회수를 염두에 두고 있어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 그래서 모태펀드는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이들에 집중 투자하는 10여개 자(子)펀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게다가 예비 창업자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 반면 이스라엘은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왕성하다. 인큐베이터에 들어 있는 예비 창업자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다. 자금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인력과 기술 지원,나스닥 상장까지 종합적으로 돕는다. 이런 노하우를 배우자는 것이다. "
▼그런데 이스라엘에선 어떻게 회수기간이 긴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가.
"그들은 나스닥 상장은 물론 기업 인수 · 합병(M&A) 등 다양한 회수 기법을 갖고 있다. 기술력이 좋은 기업이라면 얼마든지 해외 시장에 자기 지분을 팔 수 있고 그런 네트워크도 갖고 있다. 오로지 상장에만 의존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
▼예비 창업자에 대해선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
"기술력이 있는 프로젝트를 가진 예비 창업자를 인큐베이터에 입주시켜 예비 창업자당 총 50만달러를 지원한다. 이 중 85%는 정부가,나머지는 벤처캐피털이 지원한다. 개인은 자금 부담 없이 기술력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 그래서 도전정신이 왕성하고 성공사례도 많이 나온다. "
▼양국 간 공동 벤처펀드도 결성하기로 했는데.
"한국과 이스라엘은 1억5000만달러 규모의 공동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운용사는 VVC다. 이 펀드에 한국벤처투자가 총 2500만달러를 투자한다. 운용 첫해인 내년 우선 5000만달러 규모로 결성한 뒤 내후년께 총 1억5000만달러를 운용할 계획이다. 전체 1억5000만달러 중 3000만달러는 한국의 벤처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중 VVC가 한국에 법인을 설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한국 벤처기업이 이스라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국내에는 우수한 벤처기업들이 많다. 이들을 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 한국벤처투자가 이스라엘 벤처캐피털의 글로벌 경험을 배워 지원할 생각이다. 이의 일환으로 국내 벤처기업을 소개하는 책자인 '스타트업 코리아'를 이달 중 발간할 계획이다. 우선 국문판을,그 뒤엔 영문판을 출간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적극 도울 것이다. "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