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쿼드러플 위칭데이)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11 · 11 옵션쇼크'를 일으킨 외국인처럼 환차익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매수차익거래(주식매수 · 선물매도) 잔액이 7000억원에 달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혹시 모를 충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파생상품 전문가들은 외국인 차익거래 비중이 크게 줄고,연말 배당을 앞둬 이번엔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7일 충격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책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외국인이 또다시 시장을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네 마녀의 심술' 재연될까

5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0조원을 넘어섰던 유가증권시장 매수차익거래 잔액은 8조1605억원(지난 3일 기준)으로 줄었다. 이 중 외국인 잔액은 약 2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매수차익거래 잔액 가운데 환율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물량이 7477억원에 달한다"며 "지난달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한 주식 매도가 환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정상적인 거래였다면 남은 물량도 이번 만기일을 이용해 포지션 청산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새 원 · 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 환차익을 노린 매수차익거래의 청산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증시가 안정되면서 외국인들이 오히려 정반대 매도차익거래(주식매도 · 선물매수)에 나서고 있어 만기일에 프로그램 매수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 누적 순매도가 최근 1주일 새 1만계약 넘게 줄었다"며 "이는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관의 매수여력이 충분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다음 월물인 내년 3월만기 선물가격이 12월물보다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매수차익거래를 하는 국내 기관들은 대부분 보유한 12월물을 내년 3월물로 갈아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인덱스펀드와 보험 등 선물투자자들은 연말 배당을 받기 위해 선물을 주식으로 바꿔야 해 매수세 유입 가능성이 높다고 심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증권 · 운용사 옵션포지션 청산

증권사와 운용사들은 만기 충격을 피하기 위해 보수적인 전략을 펴고 있다. 류경식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이사는 "지난달 만기일 이후 옵션 매도한도의 위험평가액을 높여 옵션 비중을 줄이는 한편 만기일 전에라도 펀드 기준가의 0.15% 수준까지 손실이 나면 즉시 포지션을 청산토록 했다"고 전했다.

모든 옵션거래 포지션을 만기일 전에 청산하는 내부방침도 세웠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파생담당 이사는 "기관들로부터 위탁받았던 옵션 매매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라며 "남은 옵션매도 물량은 매수 규모를 균등하게 하는 방식으로 손실 구간을 줄여놓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당장 시행이 가능한 제도 개선안을 7일 내놓을 예정이다. 엄세용 거래소 감리부장은 "도이치증권에 대한 감리와 함께 증권사들의 사후 증거금 관리규정 강화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지연/박민제/김유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