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37) 韓-美 의회의 예산심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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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와 한국 국회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바로 여당과 야당의 운영이다. 한국에선 대통령과 같은 당이 여당이고 대통령과 다른 당은 의석과 관계없이 야당이다. 미국은 의회의 다수당이 여당이고 대통령이 어느 당 소속이건 관계가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이지만 의회는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공화당이 여당이다. 공화당이 여당이 되면서 모든 상임위 위원장과 분과위원장을 공화당 의원이 맡게 된다. 야당인 민주당은 단 한자리도 갖지 못한다. 이는 선거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실망해 공화당에 의회를 맡아 이끌어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한국 국회 같이 위원장을 야당과 나눠먹는 경우는 전혀 없다.
대통령도 같은 공화당이었다면 모든 법안들이 일사천리로 통과됐을 것이나 당이 다르기 때문에 백악관과 의회는 자연히 마찰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하원과는 예산안 심의에 대해 정면 충돌하는 경우가 잦다. 때문에 정해 놓은 예산통과 기일 안에 예산이 통과된 적이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의 예산 기한은 10월1일부터 시작해 다음 해 9월30일에 끝난다. 9월30일 전 예산 가결에 실패하면 소위 'Continuing Resolution(연속예산법)'이란 법안을 통과시킨다. 전년도와 똑같은 예산으로 당분간 (대개 3개월간) 정부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연속적인 예산제도다.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5년 당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했다. 그때 나도 재선의 공화당 하원의원이었고 깅그리치 하원의장을 중심으로 공화당은 클린턴이 제출한 예산안에 제동을 걸었다. 공화당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건강보험 비용,환경부처 예산안,정부가 제공하는 후생사업들의 예산을 더 많이 줄이자고 주장했고,클린턴 대통령은 줄일 만큼 줄여 더 이상 삭감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결국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연속예산법안 시효가 끝나는 11월13일 자정을 넘겨 국방부,경찰 같은 필수적이 아닌 정부 기관들(Non-essential Government Services)이 문을 닫았다.
이 사건이 그 유명한 1995년 정부 폐쇄(Government Shut Down)였다. 클린턴은 거의 20일 동안 정부가 문을 닫는 바람에 8억달러의 손실을 보게 됐다고 공화당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듬해 1월 초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밥 돌 상원의원의 주재로 간신히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놀랍게도 여론은 클린턴 대통령의 편이었고 결국 그 해의 대통령 선거에서 섹스 스캔들로 상처 투성이었던 클린턴이 돌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지금 한국의 예산국회가 한창이다. 민주당의 정치 공세로 이번에 또 12월2일로 정해놓은 예산통과 기일을 지키지 못했다. 예산 처리가 지연된 이유는 예산 삭감 문제 때문이 아니라 예산심의와는 관련이 없는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대포폰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니 참 한심하다. "국정조사와 특검을 관철해야 하는데,예결위를 정상화시키면 무슨 힘이 생기겠느냐" 는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은 마치 예산통과를 볼모로 잡아 자기들의 정치적 뜻을 이루겠다는 의도에 다름아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의회와 대통령의 예산안 정면대결에서 국민들은 결국 의회에 등을 돌렸던 1995년 사건을 기억했으면 한다. 예산안은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돼 있는 만큼 정치현안과 연계하는 건 악수다.
김창준 전 미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
대통령도 같은 공화당이었다면 모든 법안들이 일사천리로 통과됐을 것이나 당이 다르기 때문에 백악관과 의회는 자연히 마찰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하원과는 예산안 심의에 대해 정면 충돌하는 경우가 잦다. 때문에 정해 놓은 예산통과 기일 안에 예산이 통과된 적이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의 예산 기한은 10월1일부터 시작해 다음 해 9월30일에 끝난다. 9월30일 전 예산 가결에 실패하면 소위 'Continuing Resolution(연속예산법)'이란 법안을 통과시킨다. 전년도와 똑같은 예산으로 당분간 (대개 3개월간) 정부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연속적인 예산제도다.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5년 당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했다. 그때 나도 재선의 공화당 하원의원이었고 깅그리치 하원의장을 중심으로 공화당은 클린턴이 제출한 예산안에 제동을 걸었다. 공화당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건강보험 비용,환경부처 예산안,정부가 제공하는 후생사업들의 예산을 더 많이 줄이자고 주장했고,클린턴 대통령은 줄일 만큼 줄여 더 이상 삭감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결국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연속예산법안 시효가 끝나는 11월13일 자정을 넘겨 국방부,경찰 같은 필수적이 아닌 정부 기관들(Non-essential Government Services)이 문을 닫았다.
이 사건이 그 유명한 1995년 정부 폐쇄(Government Shut Down)였다. 클린턴은 거의 20일 동안 정부가 문을 닫는 바람에 8억달러의 손실을 보게 됐다고 공화당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듬해 1월 초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밥 돌 상원의원의 주재로 간신히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놀랍게도 여론은 클린턴 대통령의 편이었고 결국 그 해의 대통령 선거에서 섹스 스캔들로 상처 투성이었던 클린턴이 돌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지금 한국의 예산국회가 한창이다. 민주당의 정치 공세로 이번에 또 12월2일로 정해놓은 예산통과 기일을 지키지 못했다. 예산 처리가 지연된 이유는 예산 삭감 문제 때문이 아니라 예산심의와는 관련이 없는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대포폰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니 참 한심하다. "국정조사와 특검을 관철해야 하는데,예결위를 정상화시키면 무슨 힘이 생기겠느냐" 는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은 마치 예산통과를 볼모로 잡아 자기들의 정치적 뜻을 이루겠다는 의도에 다름아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의회와 대통령의 예산안 정면대결에서 국민들은 결국 의회에 등을 돌렸던 1995년 사건을 기억했으면 한다. 예산안은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돼 있는 만큼 정치현안과 연계하는 건 악수다.
김창준 전 미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