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는 아마추어 국가대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프로전향 후 2개 대회 연속 우승-한국 · 일본투어 상금왕 등에서 보듯 엘리트 코스를 거쳐왔다. 그런 만큼 기량 못지않게 골프 규칙에 관한 지식도 정상급이다.

김경태가 3년 동안 일본골프투어에서 활약하며 규칙위반으로 벌타를 받은 것은 딱 한 차례다. 그것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캐디의 '무지' 탓이었다.

지난 9월 아시아-퍼시픽 파나소닉오픈 2라운드 5번홀.김경태의 볼과 동반플레이어의 볼이 한 벙커에 떨어졌고 인접해 있었다. 동반플레이어가 먼저 벙커샷을 한 후 캐디와 함께 그린 쪽으로 가버렸다. 김경태 볼 주변의 모래가 어질러져 있었으므로 이런 때 김경태는 원래 자신의 라이를 되찾아 샷을 할 권리가 있었다. 다만,모래 정리는 이미 샷을 한 동반플레이어나 그의 캐디가 해주어야 한다.

동반플레이어가 이미 그린 쪽으로 가버렸기 때문에 김경태의 캐디는 무심코 동반플레이어가 남긴 발자국을 정리했다. 그러나 그 행동은 2벌타 감이다. 골프규칙 13-4에 '플레이어가 벙커에서 샷을 하기 전에 모래 상태를 테스트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김경태가 샷을 하기 전에 캐디(선수와 마찬가지로 간주)가 모래를 골랐으므로 2벌타가 부과된 것이다. 김경태의 캐디는 별 생각없이 한 행동이었지만,규칙상으로는 엄연한 페널티다.

지난주 카시오월드오픈 3라운드 때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중계방송을 보던 한 시청자가 "김경태가 퍼트하기 전 볼이 움직였는데 그냥 쳤다"며 경기위원회에 제보한 것.위원회에서는 김경태와 그의 마커를 불러 수차례 확인한 후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김경태는 "경기위원이 '당신 양심을 걸고 볼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어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그 탓인지 다음날 13번홀까지 '3연속 보기'를 포함해 5타를 잃으며 대회 순위도 올시즌 두 번째로 저조한 공동 20위를 기록하고 말았다.

김경태는 그러나 "일본에서 활동하는 동안 규칙 해석 면에서 일본 선수들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거나 불이익을 당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