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해외 대기업 총수와 만나는 것으로 사장 승진 후 첫 일정을 보냈다.

5일 삼성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유럽의 한 대형 자동차 메이커 회장과 만나 제휴 확대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회사는 삼성그룹과 전기자동차 분야 등에서 제휴를 맺고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사장이 승진 후 첫 스케줄로 해외 주요 파트너를 만난 데 대해 향후 글로벌 비즈니스와 신사업 육성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은 금주 초 대규모 임원인사로 조직 개편을 마무리짓고,내년도 사업계획 확정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임원인사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글로벌 CEO 준비작업 개시

이 사장은 승진 다음 날인 4일 오전 일찍 서초 사옥으로 출근했다. 점심 무렵 그는 삼성을 대표해 서초 사옥을 찾은 유럽의 자동차 회사 회장 일행을 맞았다.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사장으로서 첫 대외행사였다.

삼성전자는 2006년 이 회사의 차량에 업무용 스마트폰을 장착,판매했다. 최근에는 삼성SDI가 이 회사 계열업체의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납품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SDI는 현재 이 회사가 직접 만드는 차량에 2차전지를 납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사장은 이들과 협력 확대를 위한 미팅에 이어 점심식사도 함께했다. 이 사장은 공식 일정을 마친 후 현관 앞에까지 직접 나와 회장 일행을 배웅했다.

이 사장과 이 회사 회장의 만남은 한국과 100년 이상 전통을 지닌 유럽의 대기업 상속자들이 만났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이 사장은 전날 사장 자리에 올라 본격적인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고,이 자동차 회사 회장은 지난 4월 34세의 나이에 111년 역사의 대그룹을 이끄는 회장을 맡았다.

이날 회동에는 삼성카드 사장으로 발령난 최치훈 전 삼성SDI 사장과 박상진 신임 사장 등 삼성SDI 전 · 현직 CEO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최 사장은 삼성카드 사장 발령에 대해 "혁신 전문가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부족한 것이 많다"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취임식 후 곧장 생산공장 등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주말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에는 많은 직원들이 출근했다. 그룹조직 재건과 사장단 인사 후속조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우선 미래전략실을 이끄는 김순택 부회장을 비롯해 이상훈(전략) 사장,장충기(커뮤니케이션) 사장,정유성 부사장(인사),전용배 전무(경영지원) 등 그룹조직 소속 주요 팀장들이 모두 출근했다.

◆이번 주 임원인사, 다시 한번 술렁일 듯

삼성은 이번 주 초 임원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 주말 발표된 사장단 인사가 '젊은 삼성'이라고 하기엔 오너의 승진을 제외하고 예상보다 소폭에 그쳐 임원인사는 큰 폭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임원인사의 키워드는 '발탁과 여성'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지침이 있었을 뿐 아니라 이재용,이부진 등 40대 초반의 오너가 경영 전면에 부상함에 따라 이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젊은 인재가 상당수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이재용 · 이부진 사장의 승진에 이어 막내인 이서현 전무도 부사장으로 올라 이 회장의 세 자녀가 모두 승진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