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타결됐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승용차에 붙는 관세 2.5%를 협정 발효 후 4년 뒤 철폐하는 것에 한국 정부가 동의했고 국내 안전기준을 거치지 않고 수입할 수 있는 미국산 자동차를 업체당 연간 6500대에서 2만5000대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신 미국에서 수입하는 냉동 돼지고기에 매기는 25% 관세를 철폐하는 일정을 2년 더 연장했고,복제의약품 시판 허가와 관련한 허가 · 특허 연계의무 이행을 3년간 유예하는 반대급부를 이끌어냈다.

한국 협상단은 "미국이 요구한 사항 가운데 일부를 막아내고 우리 측 요구를 관철시키는 등 '이익의 균형 맞추기'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미국은 한국산 승용차에 부과하는 자국 관세 2.5%의 철폐 시한을 8~10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협정 발효 4년간'만 연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협상단은 설명했다. 2007년 6월 타결된 협정문(즉시 또는 협정 발효 2년 뒤)과 비교하면 후퇴지만 당초 미국 요구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협상단은 또 미국의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환급 금지 요구를 거부했다. 쇠고기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것을 막았다. 자동차업계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FTA를 빨리 발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 미 양국이 정치 · 군사동맹에 이어 경제동맹을 굳건히 했다는 것도 성과다. 이명박 대통령은 5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 · 미 FTA는 양국에 커다란 경제적 이익"이라며 "한 · 미 동맹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한 · 미 양국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결과"라며 미 의회에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한 · 미 FTA 체결은 글로벌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 한국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협상 내용이 다소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 · 미 FTA 조기 발효에 따른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 시장 선점과 함께 향후 중국 일본 등과 FTA를 맺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도 소득"이라고 말했다. 한 · 미 FTA가 정부 목표대로 2012년부터 발효되면 한국은 한 · 유럽연합(EU) FTA(내년 7월1일 발효) 및 인도 · 아세안 등과의 FTA로 세계 주요 경제권과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전 세계 유일 국가가 된다. 당장 일본은 한국의 FTA 체결에 대해 미국 시장에서 자국 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FTA 발효를 위한 본격적인 비준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변수는 정치권이다. 한나라당은 "농식품 분야에서는 우리가 양보를 얻어낸 윈-윈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굴욕 협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