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미 발표한 2차 양적완화 외에도 "국채를 더 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11월 실업률이 9.8%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유럽에서도 유로안정기금과 구제금융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이 내년 통화정책 기조를 '적절하게 느슨한'에서 '신중한'으로 바꾸는 등 돈줄을 더 죄기로 한 것과 대조된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경제정책의 간극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투명성도 더욱 짙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버냉키 의장은 5일(현지시간) 방송될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인 '60분'에 출연해 2차 양적완화 조치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국채 추가 매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FRB는 앞서 6000억달러에 달하는 2차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내년 6월 말까지 한 달에 평균 750억달러어치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FRB는 양적완화 차원에서 1차로 시중에 1조5000억달러를 풀었다.

버냉키 의장은 11월 실업률이 9.8%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는 지난 3일 미 노동부의 발표에 앞서 지난달 30일 CBS와 인터뷰를 가졌다. 11월에 미국의 민간부문 일자리는 5만개 증가하는 데 그쳐 16만개 증가를 예측한 전문가들의 예상을 훨씬 밑돌았다.

마크 잰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일단 좋아지면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면서 실업률이 연말이나 내년 초 10%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가 호전되면 구직활동을 포기했던 실업자들이 다시 일자리 찾기에 나서면서 경제활동인구로 포함돼 실업률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노동부의 실업률 발표 내용을 염두에 두고 2차 양적완화 규모 확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CNN머니 등 일부 언론은 그의 발언을 '3차 양적완화'로 해석,6000억달러의 돈풀기에 이어 대규모 국채 매입이 추가로 추진될 수도 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의 각국 정부가 부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적인 자본을 미리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4400억유로 규모인 유로안정기금을 증액하고,구제금융 규모도 미리 확대해 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현 의장국인 벨기에의 디디에 레인데르스 재무장관 역시 위기 전염을 막으려면 2013년 이전에 구제금융 규모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구제금융기금을 확대하면 재정위기 국가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돼 유동성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양적완화 조치는 대외적으로는 금리를 과도하게 낮춰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대내적으로는 자산 버블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 조치가 강화될 경우 긴축정책으로 돌아선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김태완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