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 작가,정식 작가,스토리 에디터,이그제큐티브 에디터 등 미국 드라마 작가 시스템은 위계질서가 분명한 군대식이죠.그래서 오차 없는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

'로스트''24''프리즌 브레이크' 등 인기 미국 드라마에 참여했던 작가 모니카 메이서(사진).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글로벌 스토리텔링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할리우드의 스토리 창작 시스템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아이디어를 내거나 자료 조사작업을 많이 하는 보조 작가로 경험을 쌓고 나서 차근차근 정식 작가가 되는 단계를 밟는다"며 "풍부한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할 수 있지만 잘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 배사대에서 아프리카학을 전공한 그는 2000년 미국 폭스TV의 작가 양성 프로그램에 선발된 뒤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2002년 '24' 보조 작가,2004년 '로스트'의 정식 작가로 참여했고,2006년에는 '프리즌 브레이크'의 스토리 에디터 겸 프로듀서가 됐다.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드라마 곳곳에 한국계 작가의 흔적을 남겼다.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2에서 부통령의 최측근인 '빌 킴'은 원래 중국인으로 설정됐는데 제가 제안해서 한국인으로 바꿨어요. 혼혈이라는 점은 작가로서 큰 자산이 되기도 했죠.'로스트'의 작가로 발탁될 때에도 도움이 많이 됐는데 면접에서 혼혈의 배경을 설명하니까 제작자의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로스트'의 캐릭터 중 세 명이 흑인이고 김윤진 등 한국인 인물이 두 명 나오거든요. 작가들이 (대부분 백인 남자여서) 한국인과 흑인 문화를 잘 모르니까 그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오면 나에게 어떻게 행동하면 되느냐고 물어와요. "

그는 미국 드라마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ER''그레이 아나토미'같이 병원을 무대로 한 드라마나 'CSI''로앤 오더' 같은 범죄 수사물 대신 최근에는 '로마''튜더스' 같은 역사물과 뱀파이어가 나오는 드라마가 각광받는다고 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