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최근 채권단에 제출한 대출 확인서에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신 넥스젠캐피털 임원들이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넥스젠캐피털은 나티시스은행의 자회사이긴 하지만 파생 상품 운용을 통해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투기자본으로 알려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이 낸 대출 확인서에는 일체의 공식 직함 없이 제롬 비에와 프랑수아 로베이라는 이름의 서명만 돼 있다. 이들은 나티시스은행이 아니라 넥스젠캐피털 등기 이사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이 긴급 조달한 1조2000억원의 자금이 나티시스은행이 아니라 넥스젠캐피털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는 지난달 "현대그룹 자금 중 일부가 현대상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현대그룹과 지분계약을 맺은 넥스젠캐피털 대출금이라면 현대그룹엔 매우 불리한 조건일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넥스젠캐피털은 정교한 수익 설계를 통해 자체 손실을 보지 않는 금융 거래로 유명한 업체다. 2003년 대림산업과 추후 주가가 취득가보다 낮아지면 손실을 전액 대림산업이 보전하는 파생 상품 계약을 맺었고,2004년엔 일진전기와 비슷한 계약을 체결해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다.

넥스젠캐피털은 현재 현대상선 지분 5% 정도를 갖고 있는 주요 주주다. 현대그룹과 주식 스와프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우호주주 역할도 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그러나 대출 확인서 서명 논란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출 확인서에 서명한 넥스젠캐피털 임원들은 나티시스은행 업무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조재길/박동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