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유동성,올해는 실적,내년은 재평가 장세가 될 것이다. "(삼성증권)

"기업의 실적이 빨리 개선된다면 내년 코스피지수는 2630까지도 가능하다. "(우리투자증권)

내년 증시를 바라보는 증권사들의 시각은 낙관적이다.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는 기본이고 2400~2700선을 바라보는 전망도 적지 않다. 한국 증시의 가치(밸류에이션)가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 등 한국 기업의 지배력이 강해지면서 질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유동성에 기반한 외국인 매수세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수 고점 깬다…코스피 저평가 벗을 것

주요 증권사들의 내년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는 1650에서 2700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지수 상단에 대해서는 대부분 2200 이상을 제시,현재 주가(지난 3일 종가 1957.26)보다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1800~2600선을 제시하며 가장 낙관적 전망을 펼쳤다. 삼성증권은 지수 목표치(최고치)를 2450으로 제시했고 우리투자증권은 2420까지 갈 것으로 봤다. 대우증권과 현대증권,토러스투자증권은 내년 지수 상단을 2400으로 예상했다.

맥쿼리증권과 씨티그룹,크레디트스위스(CS)가 지수 목표치를 2300으로 잡는 등 외국계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높은 2700을 내년 코스피지수 고점으로 제시했다. 거의 모든 증권사가 역대 코스피지수 최고치(2007년 11월1일)인 2063.14를 내년에는 깰 수 있을 것으로 본 셈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팀장은 "코스피지수 상단 2400선은 한국 증시가 강세장을 보였을 때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11.5배까지 리레이팅(재평가)될 것이라는 가정을 토대로 한 것"이라며 "코스피지수가 1900선으로 올랐지만 시장의 PER은 아직 9.6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적정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낮아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밸류에이션은 PER을 통해 주로 설명되는데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PER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기업들의 자산 성장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국내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리레이팅될 것"이라며 "기업가치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던 2004~2005년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화학,미국의 IT 수요가 여전히 공급보다 많아 기업 가동률을 높게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에는 기업이익의 절대 규모가 유지되면서 국내 증시 PER이 최고 12.5배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실적과 '3대 악재'가 지수 발목 잡을 수도

올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매수세가 내년에 이어질지도 큰 변수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로 1950~2400을 제시했다. △미국 양적 완화에 따른 달러 유동성 증대 △미국 경기의 연착륙 기대 △아시아 경기 모멘텀 개선 등을 전망의 근거로 꼽았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지정학적 리스크 등 3대 악재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무난하게 지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대증권은 "아일랜드 구제금융은 그리스만큼의 파장에는 못 미칠 것"이라며 "중국의 긴축정책도 9%대로 잡은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지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리스크도 단기성에 그칠 것으로 봤다.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펀드 재유입과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 확대 등에 힘입어 내년 분기별로 계단식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내년 기업 실적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지수 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코스피지수가 2630까지 상승할 수도 있지만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 가능성 등을 감안해 목표치를 2420으로 조정한다"며 "기업의 절대이익이 지난 10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하고 있어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소는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00선 아래 조정 가능성도 열어놔야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KB투자증권으로 내년 지수가 1700~212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김성노 투자전략팀장은 "2011년 국내 경제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을 보일 것"이라며 "경제성장률이 4.0% 전후로 둔화하고 원화 강세로 실적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에 대해서도 증시 리레이팅까지 바라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하려면 국내 유동성이 함께 들어와야 하는데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상대적으로 낮은 1700~2250을 제시했고,신한금융투자도 1650~2260을 전망하며 '상저하고'를 예상했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시황팀장은 "내년 상반기에는 환율 갈등과 출구전략 등 글로벌 리스크로 인해 변동성이 큰 조정 장세가 예상된다"며 "하반기엔 리스크가 해소되는 과정에 대해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재평가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수 하단을 현재보다 낮은 1700~1800대로 제시한 증권사는 이 외에도 적지 않았다. 기업 실적 악화나 유럽 재정위기 등 악재에 따라 조정을 거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지수 하단인 1790은 절대 저평가였던 올해 평균 PER 9.2배로 설정한 것"이라며 "신흥시장과 선진국의 경기 모멘텀이 순차적으로 개선되면서 2분기에는 고점을 찍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