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사장교와 바다 속 해저침매터널로 연결
높은 파도와 거센 바람 극복한 6년간의 대역사
지난 12월3일 취재진을 태운 버스가 부산신항만을 지나 가덕도 남서쪽의 해안마을인 천수말 근처로 다가섰을 때 저 멀리 바다위로 높이 솟은 다리가 보이다가 가덕도 쪽으로는 다리가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신비로운 장면이 눈앞에 연출됐다.
바다 위 다리와 바다 속 해저터널로 연결되는 새로운 길인 거가대로가 12월14일 공식 개통을 앞두고 장관을 드러낸 것이다. 대우건설이 공사를 맡은 지 6년 만에 대역사(大役事)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기도 하다.
거가대로는 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서 부산시 강서구 천성동 가덕도까지 총 8.2km구간을 사장교와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도로다. 지난 2004년 12월부터 공사가 시작돼 꼭 6년 만에 준공되는 셈이다.
주요시설은 사장교 3.5km (주예비교 1.87km, 부예비교 1.65km)와 해저 침매터널 3.7km, 육상터널 및 교량 1.0km로 구성돼 있다. 연결도로부터 전체구간은 ‘거가대로’, 사장교 구간은 ‘거가대교’, 해저침매터널 구간은 ‘가덕해저터널’로 공식명칭이 확정됐다.
◇해저침매터널,5가지 세계기록 보유
거가대로 공사의 하이라이트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해저 침매터널이다. 침매터널은 육상에서 제작한 콘크리트 박스 구조물을 부력을 이용해 물위에 띄워 설치지점으로 운반하고 가라앉힌 후 수압차이를 이용해 구조물을 서로 접합시켜 만드는 것이다.
가덕해저터널은 길이 180m, 폭 26.5m, 높이 9.97m의 콘크리트 박스 구조물(침매함체) 18개로 연결돼 있다. 구조물 무게만 4만5천~5만 톤에 달하며 함체를 세우면 약 64층 규모의 아파트 높이에 해당한다.
하나의 함체에 타설되는 콘크리트는 아파트 102㎡형을 기준으로 460채를 지을 수 있는 양이고 철근으로 970채를 지을 수 있는 규모이다.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제작된 구조물이지만 실제 해저 침매터널에 들어 가보면 일반 육상터널과 외관상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대우건설 조봉현 침매터널 현장소장은 “세계적으로 140여건의 침매터널이 건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가덕해저터널은 수심 최대 48m의 외해(外海)에, 그것도 초연약지반에 설치돼 전세계 건설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가덕해저터널 준공으로 5가지의 세계 기록을 보유하게 됐고 3가지의 국제특허도 출원했다고 밝혔다.
우선 세계 기록은 ①침매 함체 길이 180m ② 수심 48m ③ 높은 파도와 바람,조류가 심한 외해(外海) 지역에서 공사 ④초연약 해저지반 위에서 최초의 침매터널 ⑤함체의 8개 콘크리트 조각들을 이중조인트(Injectable+Omega Joint)로 만들어 연결 안전도 향상 등이다.
◇초당 풍속 78m 바람도 견디는 교량
가덕해저터널을 중죽도에서 빠져나와 저도를 지나 거제도를 잇는 해상교량인 거가대교도 외해에서 시공됐기 때문에 특수공법이 적용됐다. 기초 케이슨, 교각, 바닥판 등 주탑을 제외 모든 시설물을 육상 제작장에서 미리 제작한 후 해상장비로 운반해 시공하는 ‘프리캐스트 공법’이다.
거가대교는 100년에 한번의 확률로 불어 닥칠 수 있는 순간최대풍속 초당 78m(차량주행 고도기준)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반도를 상륙한 최대태풍이었던 ‘매미’의 순간최대풍속은 초당 52m였던 점을 감안하면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사장교 주탑은 국내 최초로 곡선 다이아몬드형으로 건설됐다. 멀리서보면 마치 두 손을 모으고 기원하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조형미가 강조됐다.
◇통행시간 3시간30분→40분으로 단축
거가대로가 공식 개통되면 부산~거제간 거리는 현재의 140km(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거제 고현터미널 기준)에서 60km로 단축된다. 통행시간도 3시간 30분에서 무려 2시간50분 단축된 40분으로 줄어든다.
거가대로를 통한 산업항만 물동량의 원활한 수송으로 시간 및 유류 등 물류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돼 이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비용만 연간 4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또 거가대로 개통으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및 신대구부산간고속도로가 ‘U’자 모양으로 연결돼 남해안 도로의 연결흐름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경닷컴 김호영 기자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