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자동차 부문의 대폭 양보로 끝난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경쟁상대인 일본의 FTA 체결상황이나 국내 자동차업체의 재평가 등을 고려할 경우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관련주 중에서도 미국 현지 공장 비중이 낮은 기아차와 부품관세 즉시 철폐로 만도 한라공조 현대모비스 등 부품업체들에게 더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미 FTA 추가협상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철폐가 연장돼 미국측 요구가 대부분 수용됐지만 하루라도 빨리 FTA를 발효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점에서 명분보다 실리를 챙긴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한·미 FTA 추가협상으로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2.5%를 발효 후 4년간 유지한 후 철폐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기존 한국산 자동차 3.0L 미만 즉시 관세철폐, 3.0L 이상 3년 뒤 철폐에서 크게 후퇴한 내용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타결된 조건으로 미국 의회의 비준이 사실상 어려웠던 점과 서명 후 이미 3년 반의 시간이 허비된 점을 고려하면 관세철폐 기한이 늦어졌다고 해도 하루빨리 한·미 FTA를 발효시키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한EU FTA가 내년 7월 발효될 예정이어서 한국은 세계 3대 주요 시장 중 2곳과 자유무역을 할 수 있게 된 반면 경쟁상대인 일본업체들은 FTA를 시도조차 못하고 있어 더 큰 호재라는 설명이다.

세이프 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규정이 신설돼 현재 검토 중인 현대차의 미국 제2공장 착공시기가 앞당겨 질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긍정적으로 분석됐다.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생산업체로 재평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 애널리스트는 "최대 4%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 관세가 원안대로 즉시 철폐쪽으로 가닥을 잡아 해외 직수출 비중이 높은 만도 한라공조 현대모비스 등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관세 철폐 유예기간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한국과 미국 모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데다 현대·기아차가 이미 미국 판매량의 60% 정도를 현지생산하고 있어 그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간 수출액이 완성차의 배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의 경우 대미수출 관세 즉시 철폐로 크게 실속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